그저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해왔다. 돈이 없어서라거나, 혼자 놀기 심심해서라거나, 아는 선배가 해보라고 권유했거나, 집에 미안해서 등등의 이유로 나는 어쩔 수 없을 일을 해왔다. 처음부터 내가 원해서 했던 일은 없었지만, 일단 재미를 붙인 일은, 비교적 즐겁게 해내는 편이었다. 적당히 혼나고, 적당히 수행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무언가를 해왔던 방식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왜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나는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건지, 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정말 기깔나게 놀아보고 싶기라도 한 건지, 뭔지.












  아직도 누군가가 나를 구제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걸까. 아니지, 아니야. 그딴 건 거짓말이다. 말도 안 된다. 자기를 구제할 수 있는 건 자기 뿐이다. 내가 나를 구하지 못 하면 어떤 손에 구해져도 만족하지 못 할 거야.










라는, 넉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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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잊고 하루를 보냈다. 전화벨이 울리기도 하고 문자 도착음이 들리기도 했지만, 매트리스를 걷어내고 굳이 꺼낼 이유를 찾지 못 했다. 어차피 대다수는 스팸 문자일 텐데 뭐.




  모든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마는 새벽, 이 지나고 지금은 오전 7시가 넘은 시간. 엊그제부터 점심 때 잠들어서 남들 퇴근할 시간에 깬다. 어쩐지 현실도피 같다. 아무도 활동하지 않을 시간에 깨어나 자괴감에 빠지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시간이 우스울 정도로 빨리 흘러가서 놀라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2009년의 마지막 날이고, 난 고양이 한 마리와 2010년을 맞게 되겠지. 내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다가오려나. 아주 절실하게 낯선 곳에서의 삶을 바라고 있는데, 가당키나 한 소망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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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가

연쇄고리 2009. 12. 30. 00:04



내 이어폰 줄을 끊어놨다. MP3로 듣더라도 일단은 좀 더 좋은 음질로 들어야지, 하고 5만원대 파나소닉 커널형 이어폰을 구매한 것은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용의주도하게도, 물어뜯고 도로 가방에 줄을 넣어놨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지금와서 혼내봤자 왜 혼내느냐고 악만 쓸테고, 영님 말대로 범이 말고 이름을 순이로 지었어야 좀 순했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밖에 나가며 음악을 들으려다가 낭패봤다.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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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즐겁지 않은 이상한 크리스마스 이브.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일들도 관계도 너무나 많아서, 아, 조금도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어야. 




  바라는 일들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이뤄나 질까, 이미 자정은 지났지만. 




  쓸쓸하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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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취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알았다. 더 중요한 건 술 깨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제 맥주 페트병 4개는 둘이서 좀 심했지 싶다는 것. 하지만 영님과의 수다는 깔깔깔 즐거웠다. 



  그런데 오늘따라 범이는 왜 계속 잠만 자는 걸까.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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