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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연쇄고리 2010. 6. 1. 17:34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대신, 이라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면 난 대체 뭘 걸어야 하는 걸까요. 확실한 직업? 목표의식이 확실한 공부? 눈에 보이는 성과? 


  나의 게으름은 언제나 인정해 왔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나를 좀먹었는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요.

  그렇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내게도 최선과 노력이라는 단어로 충만했던 시간들은 많이 있었으니까요. 다만, 최고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일이 없었을 뿐이지요. 그리고 최고나 성공이라는 단어와 친하지 못한 나로서는 어쨌거나 그 외적인 부분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었고요.

  당신들은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코치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항상 행복이라고 말 해왔지만, 그게 과연 그 쪽의 행복인지 내 쪽의 행복인지 이제는 구분도 안 됩니다. 전이라면, 그게 뭐야, 당연히 내가 행복한 쪽, 이라고 말했을 텐데. 주입식 교육이란 이래서 무서운 법입니다. 


  어쨌거나, 가능하면, 나는 꼭 서울이 아니어도 좋으니, 가족들과는 못 살겠어요. 매번 섞여보려고 긍정적으로 많이 노력해봤지만,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하나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눅이 들어서 숨 막히고 말도 막히고 억울해서 울컥해서 눈물도 차오르고 말이죠. 이거야 말로 정신병? -_- 


  대전으로 내려가게 되는 날짜를 최대한 미루던지, 아니면 좀 더 개겨보던지, 그것도 안 되면 다른 데로 도망을 가던지, 뭔가 효율적인 도피, 내지는 공격을 해야 할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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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술마시기

연쇄고리 2010. 4. 4. 19:05



  날이 참 좋아서 밖에 나가려고 아침부터 준비를 했지만, 어느 순간 해가 사라져서 나들이를 포기했다. 집근처 홈플러스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사면서 충동구매(?)로 술을 좀 사왔더랬다. 집에서 술을 따는 순간, 날이 다시 환해진다.


  와씨, 정말 나는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 걸까. 


  나들이는 포기하고 오랜만에 혼자 낮술을 마셨다. 곁에 누군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날에, 낮술이나 마시며 거울 속 나를 안쓰러워 해보는 시간. 뭐 어때, 내 인생도 그렇게 나쁘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닐 거야.





  범이가 오전에 일을 쳤다.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책상 위에 놓여진 두 대의 노트북에 올라가 이것저것 눌러놓은 것이다. 노트북 두 대가 다 맛이 갔다. 쓰던 글도 사라지고 써 놨던 글도 안 열렸다. 울면서 두 대의 노트북을 시스템 복원 해보았지만, 없어진 자료는 나타나지 않았다. 참 용하다. 고양이 발 하나에 이렇게 속수무책 모든 것이 사라졌구나. 그것도, 참으로, 능력이다.





  한참 범을 혼내다가, 한참 나를 혼내본다. 네가 나를 혼낼 처지가 되기는 하는 거니, 하고. 모르겠다.



  술기운이 올라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맥주를 더 사올까 했다가 관두기로 했다. 오늘은 진짜 혼자서 뭘 하기가 싫은 날이다. 뭐 어때 싶다가도, 뭐 어떻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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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자의 봄, 을 보고 있었다. 영님께서 로그인해 주신 이후로 내내 밤새 틀어놓고 드라마를 봤다는 말이다. 그러나 운영자는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돌연 방송을 종료시켰고, 나는 이미 몇 차례 본 엔딩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분노했다. 그러나 운영자에 대한 분노는 곧 사라지고 잠도 안 자고 이 짓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로 분노의 화살이 돌아갔다는 말씀. 그러니까, 나 참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이 살고 있니, 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




  이야기로 엮인 영상물을 보고 있노라면, 거의 언제나 숨이 막히게 행복하지만, 히키코모리처럼 집안에 들어 앉아 영상물에 취해있는 자신을 거울속에서 발견하게 되면, 진짜로 숨이 막혀 버린다. 솔직히, 매우 한심하다.




  잠시 허망해하다가 블로깅을 좀 하다보니, 어떤 블로거 분이 한 달 만에 양배추 다이어트로 11킬로를 감량했단다.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 다이어트를 좀 해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






  오늘은 아예 자지 말고 몸을 녹초로 만들어서 생활리듬을 되찾아야겠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 몸에 해로운 것들도 좀 멀리 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살아있구나, 정도는 느끼면서 아침을 맞고 싶고. 뭐, 그렇다고.







  달자 언니도 서른 넷에 미국 연수를 2년이나 떠나셨는데 내 나이 아직 스물 여덟, 늦지는 않았겠지(라며 위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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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연쇄고리 2010. 3. 2. 04:50



분명 성시경 푸른밤 막방 파일을 가지고 있었는데, 몇 시간을 뒤져도 안 나온다. 보나마나 내가 어디 따로 저장해놨을 거라고 믿으며 생각없이 파일을 지웠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리라고 본다. 어쨌거나, 이 새벽에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시경이형의 목소리뿐. 그나마 블로그를 뒤져 막방에 이 사람이 부른 다행이다 파일을 찾아냈다.



  이 새벽에 이게 뭐 하는 짓이람. 지난 주인가에 5월 17일인가 18일인가에 제대한다는 걸 듣고 나서 틈만 나면 이러고 있으니 정신을 좀 차리셔야 할 듯!!!










  곤아, 일단 너부터 좀 살자. 팬질은 다음으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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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이가 자꾸만 사고를 친다. 나는 자꾸만 범이를 혼낸다. 동물과 동거하면서, 깊이 깊이 사랑은 못 주고 자꾸만 혼내고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진짜 사랑받고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 년인가 하고.



  오늘은 범의 발톱에 왼쪽 엄지손톱 근처의 손등에 2센티 정도 할퀸 자국이 남았다. 손 씻을 때마다 쓰라리다. 물론 범이 녀석도 혼이 난 상태라 우리는 늘 그렇듯이 서로에게 삐져 있었다. 그러나, 화해의 손길은 언제나 범 녀석이 먼저다. 야옹 야옹 거리고 얼굴을 내 다리에 부비면서 다가온다. 그러면 이제 마음도 쓰라리다. 너처럼 애교 많은 고양이가 왜 나에게 와서 마음껏 말썽도 못 부리고 힘들게 사는 거니, 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간식도 주고 목욕도 시키고(과연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했지만 이러고 나서 이 녀석이 또 대책없이 말썽 부려 놓으면 나는 소리를 지르게 되겠지. 나 하나도 간수 못 하는 주제에 애를 키우는 것이 가당키나 한 짓인가 싶다. 
















  지금은 마트에서 사온 보드카를 홀짝이고 있다. 취했다. 동거녀는 내일 온다고 하고 내 인생은 대책이 없는 것 같고 어떤 일에도 구미가 당기지 않으니 술이나 마실 수밖에.



  하지만, 술을 홀짝이는 일도 점점 재미없어지니 큰일이다.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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