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만든 무엇인가에 대한, 또 누군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골병난 몸을 이끌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어 결국에는 '1. 아, 됐고 이렇게 만든 게 누구야, 싸우자, 와 2. 그래도 어떻게든 죽을 때까지 버티고 산다, 아니면 3. 내가 죽어야 이 꼴을 더 이상 안 본다' 정도로 보기가 요약되는 듯하다.  

 

  1번을 지나 2번에 접어든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3번까지는 안 가도록 스스로를 잘 다스릴 필요가 있는데... 그래서일까? 가끔은 타인의 슬픔을 모른척하고 내 아픔에만 몰두하고는 한다. 세상에는 불합리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버릴 때도 많다. 그렇다. 병든 사회의 병든자로 산다는 것은 점점 더 '모른척'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은 내 '모른척'에 대해 양심의 가책 정도는 느끼고 있지만, 이 마저도 지나간다면 '세상은 원래 그런건데 어린 니들은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라고 말하는 꼰대로 늙게 되겠지.

 

 

  그런데 정말 2번과 3번 보기 사이에 다른 미지의 보기는 없는 걸까? 그걸 찾아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살아가는 동안 아주 짧은 순간 동안이었다고 해도,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는 확신을 가진 채 죽을 수 있으려면.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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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자식을 언제까지나 통제 아래 두려 하고 자식은 그런 아버지와 판박이처럼 닮아간다. 두 개의 비등한 권력이 다투면 누가 살아남아도 산 것이 아니다. 어느 쪽이 이겨도 그것은 결코 이긴 것이 아니다. 맹수의 무리에서 자식새끼가 크면 제 살길과 제 가족을 찾아 새로운 여정을 떠나라 등 떠밀 듯, 우리는 오래전 지난 날 이미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너와 나는 다르다, 절대로 같을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상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언제까지 물고 뜯어야만 이 쓸데없는 권력 싸움이 종식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조용하고 묵묵하게 살아내는 이들에 대한 피해가 너무나 크다.

 

상처는 당사자들만 받는 것이 아니다.

상처는 공동체 모두에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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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던 게 불과 몇 분 전인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버럭 동료들을 탓하고 짜증을 내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너무 괴롭다. 나이들수록 성격이 못돼지는 것도 그렇고.

 

 

  어떤 종류의 것이든 사회 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그 안에서 '관대한 사람'이 되기는 어려운 듯하다. 속해 있는 사회 안에서의 위치가 점점 더 중요해질수록, 관대는 커녕 홀대를 안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꼰대 취급 당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 두렵다면(두려움마저 없어진 상태라면 이런 걸 고민할 이유가 없겠지만) 어쨌거나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너무 관대해서 우습게 보여도 안 되고 지나치게 내 의견만 내세워서 타인을 주눅들게 해서도 안 된다.

 

 

  나는 요즘 후자쪽으로 가려는 경향이... 문득 문득 내가 내뱉은 말에 내가 놀라 그 말을 곱씹으며 후회할 때도 있고, 이러다가 진짜 소위 말하는 꼰대 같은 년이 될까봐 정말 무섭다. 

 

 

  그래서 오늘의 체크리스트.

  제대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관대함의 정도를 체크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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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를 비난할 만큼

뻔뻔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부산에 내려온 서른 넘은 처자가 안쓰러웠는지, 얼마간 여기저기에서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다. 친한 지인이 만들어준 제대로 된 소개팅 자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불러내서는, 낯선 사람을 소개해주는 방식이었다. 소개팅이라는 걸 알고 나가도 지금 내 상황에서 누굴 만날 수 있을 리 없는데,

 

 

 - 거, 부산 사는 사람들끼리 자주 연락도 주고 받고 하면 좋지

 

 

라니 씨알도 안 먹힐 말이다. 진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슬프게도 갑작스럽게 소개 받은 사람들은 연애가, 여자가, 결혼이,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 급했기 때문에, 나는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서운한 건 아닌데, 왜들 그렇게 인간들이 못돼 처먹었는지 난 처음부터 동의한 적 없는 남자-여자로서의 만남 이후로 단호하게 '난 당신과 연애할 맘이 없어요'라는 태도를 보여주었더니 그 순간부터(원하지 않았던)다정했던 말투들은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 처음부터 싫다고 하던지 기껏 전화번호 주고받아 놓고... 라거나

2. 좋아서 연락 주고 받아놓고 이제와서 밀당은 왜 해... 와 같은

 

 

  얼척 없는 반응들에 답답할 뿐이다. 내가 한 발 빼고 나서, 자연스럽게 그 쪽 발도 빼주는 사람들은 차라리 매너가 좋은 편이다. 순순하게 나 역시 연애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여자하고는 별로입니다, 라는 가장 정중한 반응이 아닐까. 

 

 

  술자리에서 재밌게 어울리다가 연락처를 요구받으면 솔직히 좀 곤란하다. 나는 아무에게나 내 번호를 알려주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깟 번호 하나 때문에 자리를 어색하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까, 연락처를 주고 받는 행위 중에는 나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다는 말인데 (적어도 내가 만난)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걸 두고 일종의 '그린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최근에 가장 기분 나빴던 것은, 너 같은 애랑 만나주려고 한 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노력인지 아느냐는 식의 빈정거림이었다. 그러니까, 성격도 모나고 예쁘지도 않으면서 뚱뚱하고 나이도 많고 모아둔 돈도 없는 나 같은 처지의 여자들은 남자를 소개받으면 감지덕지하라는 걸까, 뭐 이런 자괴감만 휘몰아드는 생각만 들게 하는 폭언이었다. 어떻게 단 한 번 얼굴 본 남녀 사이에서 이런 말까지 나올 수 있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이렇게 이상한 인간들만 꼬이는 걸 보면 내 팔자는 아무래도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날들을 갖기엔 드세고 드런 그런 팔자인게 아닐까.

 

 

  세상에 좋은 남자(혹은 좋은 사람)들의 씨가 말라버린 게 아닐까? ... -_- 하긴 나도 좋은 사람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우니,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걸로...

 

 

  어쨌든, 하려던 말은 미친 소개팅남의 뒷담화가 아니다. 뒷담화가 너무 긴 걸 보면 실제로는 그럴지도 모르겠... 지만! 그 멍청이들 때문에 파생된 다른 생각에 대해(믿지 않겠지만) 말하려던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다른 이야기...를 해본다.

 

 

  한 때는 참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많았다. 그게 나의 마지막 호시절은 아니겠지. 꼭 남자들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까운 사람들마저(나를 포함해서) 변해가기 시작한다. 더욱 못돼지고, 아무때나 단호해지고,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참아내지 못 하고, 서로를 아무렇게나 쉽게 정의내리려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가장 먼저 튀어나오고, 해야할 말은 잊혀져간다. 다들 하면서 사는 일들은 역시 스스로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나와 다른 타인을 '까는'데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나와 다르거나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그 인간은 '안 되겠어', 걔는 여전히 '뭘 모르는구나' 라고 함부로 평가하게 되는 거겠지. 넌 세상을 몰라, 연애를 몰라, 사회를 몰라... 한 때 이런 말에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타인을 대하는 최근의 내 태도 역시 참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아는 거라고는,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 뿐이면서 온통 여기 저기 아는 척이 심했다. 뻔뻔해진다는 얘기다. 창피한 줄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래, 인간은 뻔뻔하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도, 왜 좋아하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마음, 그 찌질한 사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 반성, 그리고 자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정중히 한 발 빼고 뒤로 물러날 필요. 쓸데없이 그건 아니라는 말은 삼가할 것. 어찌 보면 찌질하게 지분대던 멍청이들 말고 조용히 내 카톡에서 사라져준 몇 안 되는 쿨남들이야말로 좋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네. 어쩌면 나는 벌을 받고 있는가... -_-

 

 

 

 

 

 

  일을 하다가, 장문의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금요일은 늘 이 모양이다. 풀린 나사가 안 조여진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시간은 영영 3시 25분에서 계속 멈춰있을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남았다는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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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서울에서 사업 잘 하다가 같이 일하던 사람 배신으로 사업을 말아먹은 적이 있다.화가 나서 회사에 보관중이던 자재들을 다른 곳에 팔지 않고 다 태워버렸다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배신은 원래 더 힘든 법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나는 아빠가 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장사하던 집에 부도가 나면 인생의 급이 바뀌는 것이 무언지 확실하게 알게 되는데 사장님 큰딸에서 형편 어려운 집 아이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는 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르고 나서 아빠는 동생 친구의 아버지가 사정이 어려우시다고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분은 몰래 몰래 가게 상품을 빼돌려 아주 오래 잘 해먹다가 걸리셨다. 무릎꿇고 비는 통에 고소는 안 했지만 돈도 못 돌려받고 거래처 신용도 잃고 내 동생은 어이 없이 친구도 못 보게 되고... 그 아저씨는 전에도 공무원하다 세금 탈세 비슷한 걸로 해고당했다는데 사람은 진짜 잘 안 바뀌는 동물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도 아빠는 어리석었다. 그냥 고소해서 감옥에 넣었어야 했다.

 

뭐 어쨌든, 무턱대고 믿은 덕에 사람에게 당해 이래저래 피해를 많이 봤다. 그리고 아빠가 자꾸 그런 사람들과 일하게 되는 이유는 본인이 성격이 너무 강해 누구든 그 밑에서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고, 그걸 감수하고 버티는 사람들 중에는 좋은 사람들보다 나쁜 사람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언제든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눈 앞에서 알랑방귀 뀔 수 있는 거랄까...

 

우리 집안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비슷한 느낌의 기사들을 읽는데 포인트를 잘못 집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어리석고 미숙한 게 잘못이지 그런 사람 구분 못 한 게 멍청한거야... 등의 반응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허허허

똑똑한 사기꾼과 어리석은 구매자 중에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자면 당연히 사기꾼이지...

 

딴 꿍꿍이를 가진 게 분명한데 크게 범법행위는 하지 않은 건물주와 월세 한두달 밀렸다고 예쁘게 꾸며 놓은 가게에서 계약 기간도 남았는데 아무런 회생 절차 없이 쫓겨나야 하는 세입자가 있으면 나쁜 쪽은 어디인가.

 

이 사회는 정말 글러먹은 것 같다. 가진 사람들의 횡포나 농락에 분개하는 사람들보다 그런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도 슬프다. 그리고 더 슬픈 건, 나도 어쩌면 남들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내 안락만 향해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

 

나는 요즘 '어쩔 수 없지, 세상은 그런 거니까, 그냥 긍정적으로 쿨하게 넘어가' 따위의 말에 자주 흥분한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나 혼자 잘 살면 되는 걸까
세상은 원래 그런거니까 안 되는 일에 힘 쓰면 안 되나
마음상해 죽게 생겼는데 긍정을 강요당하고 쿨해져야 하나

 

안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렇게 사는 것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 그러니 대충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는 별 거지 같은 충고들을 '아직'은 사양한다.

 

다행히 나는 아직 혼자라 지켜야 할 게 적어서 그런가, 여전히 화나는 일도 많고 포기 안 되는 것들도 있다. 내가 아직 쿨하지 못 해서 다행이다. 아직 나는 내가 쿨함을 강요당해야 할 때마다 쿨몽둥이를 과감히 꺼낼 줄 안다. ㅋㅋㅋㅋㅋ

아, 정말 오늘 왜 이렇게 이런 잡생각만 들고 집중이 안 되나... 자, 일하자!

 

덧> 계란으로 바위를 쳐 본 사람들이 있으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이 나온 거겠지. 지금 당장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뭔가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조금의 가치는 있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난 옛날 속담들도 다 맞다고는 생각 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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