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 ㅂ ㄹ ㅅ ㅈ ㄱ ㅅ'에 해당되는 글 21건

  학교에 다닐 때 내가 할 수 없는 범주의 과제가 나오면 선택은 쉬웠다. 빨리 포기하면 그만이었고, 학점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다.

 

  회사는 다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 혼자 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되는 일인데 위아래로 받쳐주는 이들이 없으니 내가 포기하면 회사의 신뢰가 훅 떨어진다. 꾸역꾸역 주말에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제대로 한 일은 없고 미친듯이 한숨만 쉬고 있다. 정말 어디에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이 일은 기간 한정이고, 일을 해내지 못 하면 이 회사는 (나와 함께) 또 주춤하다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친구들은 너 하나 빠진다고 회사 안 돌아가진 않아, 라고 말하지만 이 세상에는 구성원이 하나라도 빠지면 진짜 안 돌아가는 회사도 있다. 직원이 천명인 회사랑 너댓명인 회사를 비교하다니... 작은 회사에 다녀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절대 이해 못 한다. 조금만 힘들어해도 그런 불합리한 회사 나와버려, 라고 쉽게 말한다. 불합리한 조건은 개선해나가는 것이 맞겠으나, 조건이 별로라고 회사를 다 때려치우는 게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불합리함을 넘어서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를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초인적인 임무를 던져주고 누구도, 그 누구도, 그 어느 누구도 현실적인 도움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님도 동료들도. 미안해하는 마음 같은 건 업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 모두가 미안하다면서 이 상황에서 발을 뺀다.

 

  앉아서 회의를 하고 상사의 업무 지시를 받을 때마다 정해진 답에 '네'라고 대답하기를 회사가 바라고 있다는 걸 느낀다. 누군가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기 위해 일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그렇게 발전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상한 것은, 회사는 개개인의 열정이 그들 각자의 것이 아닌 회사의 것이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단 한 번도 열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 한 사람들은 도구처럼 쓰이고 닳아간다. 경력자일수록 신입다운 패기와 열정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에 의해 다 소진됐으니 남아있을 턱이 없지.

 

 


  도대체 나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 걸까. 5시간째 회사에 앉아 있는데 일은 손톱만큼도 진전되지 않았다. 다른 업무를 빼줄 테니 이 일에 집중하라지만 실제로 다른 업무가 100% 사라진 것도 아닌데다가 이 일은 개인 한 명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니까 제발 좀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뭘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는 이 상황에 하나에서 열까지 나한테 다 알아서 해보라니, 이것도 큰 경험이 될 거라니... 단어 선택이 틀렸다. 이건 큰 '경험'이 아니라 큰 '재난'이다. 재난은 안 당하는 편이 경험하는 것보다 나은 것 아니려나.

 

 


  아 어떻게 하지.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집에 가고 싶은데 안 가고 싶다.

지금 일하고 있지만 집에 가도 반드시 일하게 될 거야.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원래

ㅅ ㅂ ㄹ ㅅ ㅈ ㄱ ㅅ 2015. 5. 19. 19:12
원래 안 그러던 사람이 왜 이래?


세상에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이 있을까. 자신없어서 도움을 요청했다가 갑자기 안그러다 여유라도 부리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요즘 여유 그런 거 밥 말아 먹을 시간도 없이 살았구만. 바빠서 연애도 못 하고 피곤해서 맨날 뻗어 자고 책도 안 읽게 되고 신곡이 뭐가 나왔는지고 모르고 평일 저녁을 편의점 도시락이나 싸구려 포장음식으로 떼우기 시작한 게 1년은 된 것 같다.(음식에 대한 애정을 잃으니 요리해놔도 맛이 없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라고는 늦은 저녁을 떼우며 티비를 보고 헤헤거리는 멍청하고 실없는 짓뿐이다.

집중의 시간을 회사에 모두 쏟고 나면 도대체가 어느 것 하나에도 정성을 다할 수 없다.

원래 안 그러던 사람인 내가 왜 이러는지는 나부터 묻고 싶다. 원래라는 표현을 인간에게 쓸 수 있는 거라면 그렇다는 거지.

다 그만두고 싶다.
가끔은 이 무시무시한 책임감에서 벗어나서 대충 살고 싶어진다. 완전히 홀가분하게 혼자서 대충.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고용노동부에서 만들어놓은 계산기에 숫자 넣고 계산해보니 360만원.

 

  2년 가까이 일하면서 쌓인 퇴직금은 360만원. 그리고 내 통장에는 360만원도 없다.

  지금까지 뭐 하고 살았느냐고, 어쩌려고 그러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도대체 뭘 어째야 하는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한 달 월급 받으면 한 달 겨우 살 수 있는 이 현실이 나도 슬픈데 왜들 그렇게 돈 얼마받는지, 회사의 처우는 어떤지를 묻는지 모르겠다. 더 번다고 경제적으로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인간들이 못돼가지고.

 

  가장 괴로운 순간은 그런 회사를 뭐하러 다니냐는 말을 들을 때다.

  화가 안 눌러지면 가끔은 이렇게 대답하기도 한다.

 

 

 "그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야 다른 회사도 있는 건데요."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내가 어디에서 정착해 살고, 어떤 곳을 여행하게 되든지 간에

 

 

1. 그 곳 문화는 존중하되

2. 절대 나의 본질(내가 옳다고 믿는)을 버리지 않겠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편하게 사는 동네주민이 되어 동네 밖은 기웃거려볼 생각도 하지 않는 빙충이가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난 절대 부산 사람은 안 될 거다.

  여행자에게 부산은 낭만 넘치는 도시지만, 부산 사람이 되어 바라본 부산은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지내는 동안 오랜 장기체류자로 남아 계속 다음 여행을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겠다. 사투리도 지금부터는 절대 배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좋아하거나 너무 가까워지지 않기로 한다.

 

  여기도 내 살 곳 작은 내 집은 아니 될 듯하다. 부산은 여행인걸로, 정착지에서 제외.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