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이와 술 약속이 있었다. 어제 밥 하기 귀찮아 맥도널드에 줄 서 있을 때 술 마시잔 성훈이의 연락을 받았다. 내일 마시자, 하고 잡은 약속이다. 신촌에서 막걸리 마시고, 홍대에서 날치알 쌈에 소주 먹고, 집에 걸어서 돌아왔다.
어쨌거나 돌아오는 길은, 내가 혼자 걷기 무서워하는 경로였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고즈넉한 길이어서. 그래도 어쩐지 기대하는 바 큰 길이기도 해서, 혹여 내가 걷는 와중에 누군가의 전화벨 소리 울리지 않으려나 기대도 좀 해보게 되는, 그런 길이었달까. 역시나, 연락따윈 오지 않는다. 난 왜 이리 기대하게 될까. 지독한 기대다, ㅅㅂ.
내가 바란 것은 별 것이 아니다.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라는 말을 듣고, 잘 지내요,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인데. 이 기대가 너무 큰 것인가. 바랄수록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