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술마시기

연쇄고리 2010. 4. 4. 19:05



  날이 참 좋아서 밖에 나가려고 아침부터 준비를 했지만, 어느 순간 해가 사라져서 나들이를 포기했다. 집근처 홈플러스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사면서 충동구매(?)로 술을 좀 사왔더랬다. 집에서 술을 따는 순간, 날이 다시 환해진다.


  와씨, 정말 나는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 걸까. 


  나들이는 포기하고 오랜만에 혼자 낮술을 마셨다. 곁에 누군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날에, 낮술이나 마시며 거울 속 나를 안쓰러워 해보는 시간. 뭐 어때, 내 인생도 그렇게 나쁘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닐 거야.





  범이가 오전에 일을 쳤다.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책상 위에 놓여진 두 대의 노트북에 올라가 이것저것 눌러놓은 것이다. 노트북 두 대가 다 맛이 갔다. 쓰던 글도 사라지고 써 놨던 글도 안 열렸다. 울면서 두 대의 노트북을 시스템 복원 해보았지만, 없어진 자료는 나타나지 않았다. 참 용하다. 고양이 발 하나에 이렇게 속수무책 모든 것이 사라졌구나. 그것도, 참으로, 능력이다.





  한참 범을 혼내다가, 한참 나를 혼내본다. 네가 나를 혼낼 처지가 되기는 하는 거니, 하고. 모르겠다.



  술기운이 올라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맥주를 더 사올까 했다가 관두기로 했다. 오늘은 진짜 혼자서 뭘 하기가 싫은 날이다. 뭐 어때 싶다가도, 뭐 어떻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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