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연쇄고리 2010. 6. 1. 17:34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대신, 이라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면 난 대체 뭘 걸어야 하는 걸까요. 확실한 직업? 목표의식이 확실한 공부? 눈에 보이는 성과? 


  나의 게으름은 언제나 인정해 왔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나를 좀먹었는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요.

  그렇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내게도 최선과 노력이라는 단어로 충만했던 시간들은 많이 있었으니까요. 다만, 최고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일이 없었을 뿐이지요. 그리고 최고나 성공이라는 단어와 친하지 못한 나로서는 어쨌거나 그 외적인 부분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었고요.

  당신들은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코치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항상 행복이라고 말 해왔지만, 그게 과연 그 쪽의 행복인지 내 쪽의 행복인지 이제는 구분도 안 됩니다. 전이라면, 그게 뭐야, 당연히 내가 행복한 쪽, 이라고 말했을 텐데. 주입식 교육이란 이래서 무서운 법입니다. 


  어쨌거나, 가능하면, 나는 꼭 서울이 아니어도 좋으니, 가족들과는 못 살겠어요. 매번 섞여보려고 긍정적으로 많이 노력해봤지만,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하나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눅이 들어서 숨 막히고 말도 막히고 억울해서 울컥해서 눈물도 차오르고 말이죠. 이거야 말로 정신병? -_- 


  대전으로 내려가게 되는 날짜를 최대한 미루던지, 아니면 좀 더 개겨보던지, 그것도 안 되면 다른 데로 도망을 가던지, 뭔가 효율적인 도피, 내지는 공격을 해야 할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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