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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이 동네에는 노인들이 많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일터에 있을 낮 시간에는 안 그래도 주름 많은 얼굴을 더 찌푸린, 입을 열 때마다 불만이 절반 이상인, 아니면 입을 꾹 다물고 모든 것을 외면하는, 잔뜩 굽은 허리를 이끌고 진전없는 느린 걸음을 걷는 노인들이 참 많다.

 

 

 

 

 

  우체국에 책을 배송하러 가거나, 낮에 외근이라도 있는 날이면, 틀림없이 그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내 두려워진다. 열심히 살면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내 오만과 무지에 대한 결과다. '어떤 노인이 되고,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던...

 

 

 

 

 

  웃지 않는 노파가 되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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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대신

낡은 연애사 2014. 9. 18. 18:57




언제부턴가 나는 사랑을 더는 믿지 않게 되었다. 굳이 무언가를 믿어야 하는 거라면, 사랑이 아니라 사람을 믿으려고 한다.

사랑 대신 의리를 외치는 많은 이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마침내 사랑 대신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 견고한 관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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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has hugged herself.
It has been required.

krrr krrrr

Sadness
Anger

She is revealing her cl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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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를 비난할 만큼

뻔뻔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부산에 내려온 서른 넘은 처자가 안쓰러웠는지, 얼마간 여기저기에서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다. 친한 지인이 만들어준 제대로 된 소개팅 자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불러내서는, 낯선 사람을 소개해주는 방식이었다. 소개팅이라는 걸 알고 나가도 지금 내 상황에서 누굴 만날 수 있을 리 없는데,

 

 

 - 거, 부산 사는 사람들끼리 자주 연락도 주고 받고 하면 좋지

 

 

라니 씨알도 안 먹힐 말이다. 진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슬프게도 갑작스럽게 소개 받은 사람들은 연애가, 여자가, 결혼이,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 급했기 때문에, 나는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서운한 건 아닌데, 왜들 그렇게 인간들이 못돼 처먹었는지 난 처음부터 동의한 적 없는 남자-여자로서의 만남 이후로 단호하게 '난 당신과 연애할 맘이 없어요'라는 태도를 보여주었더니 그 순간부터(원하지 않았던)다정했던 말투들은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 처음부터 싫다고 하던지 기껏 전화번호 주고받아 놓고... 라거나

2. 좋아서 연락 주고 받아놓고 이제와서 밀당은 왜 해... 와 같은

 

 

  얼척 없는 반응들에 답답할 뿐이다. 내가 한 발 빼고 나서, 자연스럽게 그 쪽 발도 빼주는 사람들은 차라리 매너가 좋은 편이다. 순순하게 나 역시 연애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여자하고는 별로입니다, 라는 가장 정중한 반응이 아닐까. 

 

 

  술자리에서 재밌게 어울리다가 연락처를 요구받으면 솔직히 좀 곤란하다. 나는 아무에게나 내 번호를 알려주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깟 번호 하나 때문에 자리를 어색하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까, 연락처를 주고 받는 행위 중에는 나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다는 말인데 (적어도 내가 만난)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걸 두고 일종의 '그린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최근에 가장 기분 나빴던 것은, 너 같은 애랑 만나주려고 한 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노력인지 아느냐는 식의 빈정거림이었다. 그러니까, 성격도 모나고 예쁘지도 않으면서 뚱뚱하고 나이도 많고 모아둔 돈도 없는 나 같은 처지의 여자들은 남자를 소개받으면 감지덕지하라는 걸까, 뭐 이런 자괴감만 휘몰아드는 생각만 들게 하는 폭언이었다. 어떻게 단 한 번 얼굴 본 남녀 사이에서 이런 말까지 나올 수 있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이렇게 이상한 인간들만 꼬이는 걸 보면 내 팔자는 아무래도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날들을 갖기엔 드세고 드런 그런 팔자인게 아닐까.

 

 

  세상에 좋은 남자(혹은 좋은 사람)들의 씨가 말라버린 게 아닐까? ... -_- 하긴 나도 좋은 사람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우니,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걸로...

 

 

  어쨌든, 하려던 말은 미친 소개팅남의 뒷담화가 아니다. 뒷담화가 너무 긴 걸 보면 실제로는 그럴지도 모르겠... 지만! 그 멍청이들 때문에 파생된 다른 생각에 대해(믿지 않겠지만) 말하려던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다른 이야기...를 해본다.

 

 

  한 때는 참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많았다. 그게 나의 마지막 호시절은 아니겠지. 꼭 남자들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까운 사람들마저(나를 포함해서) 변해가기 시작한다. 더욱 못돼지고, 아무때나 단호해지고,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참아내지 못 하고, 서로를 아무렇게나 쉽게 정의내리려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가장 먼저 튀어나오고, 해야할 말은 잊혀져간다. 다들 하면서 사는 일들은 역시 스스로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나와 다른 타인을 '까는'데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나와 다르거나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그 인간은 '안 되겠어', 걔는 여전히 '뭘 모르는구나' 라고 함부로 평가하게 되는 거겠지. 넌 세상을 몰라, 연애를 몰라, 사회를 몰라... 한 때 이런 말에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타인을 대하는 최근의 내 태도 역시 참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아는 거라고는,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 뿐이면서 온통 여기 저기 아는 척이 심했다. 뻔뻔해진다는 얘기다. 창피한 줄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래, 인간은 뻔뻔하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도, 왜 좋아하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마음, 그 찌질한 사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 반성, 그리고 자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정중히 한 발 빼고 뒤로 물러날 필요. 쓸데없이 그건 아니라는 말은 삼가할 것. 어찌 보면 찌질하게 지분대던 멍청이들 말고 조용히 내 카톡에서 사라져준 몇 안 되는 쿨남들이야말로 좋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네. 어쩌면 나는 벌을 받고 있는가... -_-

 

 

 

 

 

 

  일을 하다가, 장문의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금요일은 늘 이 모양이다. 풀린 나사가 안 조여진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시간은 영영 3시 25분에서 계속 멈춰있을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남았다는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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