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를 비난할 만큼

뻔뻔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부산에 내려온 서른 넘은 처자가 안쓰러웠는지, 얼마간 여기저기에서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다. 친한 지인이 만들어준 제대로 된 소개팅 자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불러내서는, 낯선 사람을 소개해주는 방식이었다. 소개팅이라는 걸 알고 나가도 지금 내 상황에서 누굴 만날 수 있을 리 없는데,

 

 

 - 거, 부산 사는 사람들끼리 자주 연락도 주고 받고 하면 좋지

 

 

라니 씨알도 안 먹힐 말이다. 진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슬프게도 갑작스럽게 소개 받은 사람들은 연애가, 여자가, 결혼이,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 급했기 때문에, 나는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서운한 건 아닌데, 왜들 그렇게 인간들이 못돼 처먹었는지 난 처음부터 동의한 적 없는 남자-여자로서의 만남 이후로 단호하게 '난 당신과 연애할 맘이 없어요'라는 태도를 보여주었더니 그 순간부터(원하지 않았던)다정했던 말투들은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 처음부터 싫다고 하던지 기껏 전화번호 주고받아 놓고... 라거나

2. 좋아서 연락 주고 받아놓고 이제와서 밀당은 왜 해... 와 같은

 

 

  얼척 없는 반응들에 답답할 뿐이다. 내가 한 발 빼고 나서, 자연스럽게 그 쪽 발도 빼주는 사람들은 차라리 매너가 좋은 편이다. 순순하게 나 역시 연애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여자하고는 별로입니다, 라는 가장 정중한 반응이 아닐까. 

 

 

  술자리에서 재밌게 어울리다가 연락처를 요구받으면 솔직히 좀 곤란하다. 나는 아무에게나 내 번호를 알려주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깟 번호 하나 때문에 자리를 어색하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까, 연락처를 주고 받는 행위 중에는 나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다는 말인데 (적어도 내가 만난)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걸 두고 일종의 '그린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최근에 가장 기분 나빴던 것은, 너 같은 애랑 만나주려고 한 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노력인지 아느냐는 식의 빈정거림이었다. 그러니까, 성격도 모나고 예쁘지도 않으면서 뚱뚱하고 나이도 많고 모아둔 돈도 없는 나 같은 처지의 여자들은 남자를 소개받으면 감지덕지하라는 걸까, 뭐 이런 자괴감만 휘몰아드는 생각만 들게 하는 폭언이었다. 어떻게 단 한 번 얼굴 본 남녀 사이에서 이런 말까지 나올 수 있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이렇게 이상한 인간들만 꼬이는 걸 보면 내 팔자는 아무래도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날들을 갖기엔 드세고 드런 그런 팔자인게 아닐까.

 

 

  세상에 좋은 남자(혹은 좋은 사람)들의 씨가 말라버린 게 아닐까? ... -_- 하긴 나도 좋은 사람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우니,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걸로...

 

 

  어쨌든, 하려던 말은 미친 소개팅남의 뒷담화가 아니다. 뒷담화가 너무 긴 걸 보면 실제로는 그럴지도 모르겠... 지만! 그 멍청이들 때문에 파생된 다른 생각에 대해(믿지 않겠지만) 말하려던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다른 이야기...를 해본다.

 

 

  한 때는 참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많았다. 그게 나의 마지막 호시절은 아니겠지. 꼭 남자들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까운 사람들마저(나를 포함해서) 변해가기 시작한다. 더욱 못돼지고, 아무때나 단호해지고,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참아내지 못 하고, 서로를 아무렇게나 쉽게 정의내리려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가장 먼저 튀어나오고, 해야할 말은 잊혀져간다. 다들 하면서 사는 일들은 역시 스스로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나와 다른 타인을 '까는'데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나와 다르거나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그 인간은 '안 되겠어', 걔는 여전히 '뭘 모르는구나' 라고 함부로 평가하게 되는 거겠지. 넌 세상을 몰라, 연애를 몰라, 사회를 몰라... 한 때 이런 말에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타인을 대하는 최근의 내 태도 역시 참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아는 거라고는,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 뿐이면서 온통 여기 저기 아는 척이 심했다. 뻔뻔해진다는 얘기다. 창피한 줄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래, 인간은 뻔뻔하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도, 왜 좋아하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마음, 그 찌질한 사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 반성, 그리고 자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정중히 한 발 빼고 뒤로 물러날 필요. 쓸데없이 그건 아니라는 말은 삼가할 것. 어찌 보면 찌질하게 지분대던 멍청이들 말고 조용히 내 카톡에서 사라져준 몇 안 되는 쿨남들이야말로 좋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네. 어쩌면 나는 벌을 받고 있는가... -_-

 

 

 

 

 

 

  일을 하다가, 장문의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금요일은 늘 이 모양이다. 풀린 나사가 안 조여진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시간은 영영 3시 25분에서 계속 멈춰있을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남았다는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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