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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변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두 문장 모두에 완전히 공감한다. 사람은 변하고, 변하지 않는다.

 

  몇 년 만에 만난 지인이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돼 있었다.

  유년시절 알고 지내던 친구 하나는 역시나 여전히 개념이 없었다.

 

  저 두 문장들 속에서 읽어야 하는 숨은 뜻은 저 문장을 쓴 이의 태도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람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관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고 내 안에 남아, 공백기를 지나 만나게 될 이전 관계들에 대한 기대를 낳게 한다. 좋았던 점은 그대로이기를, 싫었던 점은 바뀌어 있기를. 때문에 사람은 변하는 거구나 했다가 사람은 절대 안 변하네 하게 된다.

 

  내가 과연 주변 사람들의 밑바닥을, 그 본질을, 진짜를 보려고 했던 적이나 있었나. 누군가의 진심 같은 건 알지도 못하면서 변화하는 '포지션'에 따라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다, 내가. 반성하자.

 

 

 

 

  위의 글과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저 밑바닥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변한 척을 하든 그렇지 않은 척을 하든 그건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선택 이후로 여러분 곁에 남아 있게 될 사람들도 함께 바뀐다.

 

  변했음을 말하는 기준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상대적인 부분이 있지만, 변화 이후의 결과에 대한 반응 역시 무척 상대적이라는 것을 늘 잊지 말자. 내가 죽이고 싶도록 밉고 싫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겠지...(-_-)

 

 

 

 

 

 

 

 

상관없는 사진으로 마무리.

이 얘기 저 얘기에 휘둘리지 말고 그냥 내 갈 길 가자, 라는 의미로.

대야에 받아 놓은 물 속에서도 예쁘게만 피었던 지난 여름의 연꽃을 상기하는 중.

어느 자리에서든 '피어나는 꽃'들 만큼 진심이 확연히 드러나는 생물체도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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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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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이런 영화였던가.

아주 오래만에 다시 꺼내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장국영 때문에 봤던 모든 영화들은, 다시 볼 때마다 나를 슬픔에 잠기게 한다.

나이를 먹어가니, 이제는 시대와 시간이 인간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보이고, 화려한 경극 장면들만 뇌리에 박혔던 전과 달리, 그 장면들은 더없이 한없이 그 무엇보다도 단지 순수해 보인다.

우리, 문제적 30대들이 극 속 청년들과 같은 시대와 아픔을 겪으며 자란 세대라면 우리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나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우희 역의 데이가 되었을지 데이로 불리기 전의 사내아이였으나 계집아이도 아니었던 창녀의 아이로 살았을지 

잘 모르겠다. 그런 격동의 시대는 살아본 적 없어 죽을 때까지 절대로 완벽한 공감 같은 것은 못하겠지. 나는 그저 패왕별희 속 세 남녀의 관계 속에서 연민만 잠시 엿보고 나왔을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장국영의 영화들은 그의 삶을 많이 짓눌렀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쉬어가지 않았던 배우다, 라는 느낌이다. 완벽한 각색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던 야반가성에서조차도, 나는 그런 것을 느꼈다. 빠순이라서 그렇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학교 새내기 때 그가 죽었다. 강의 중 하나에서 짧은 이야기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울면서 이건 소설도 아니고 팬픽도 아니며 추모글도 아닌 이상한 에세이를 썼던 적이 있었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내가 먼저 썼어야 했는데...(이건 그냥 정신나간 소리).


어쨌든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다.


장국영, 그대가 웃으면 그곳에 꽃비가 내리고는 했다. 그렇게 봄을 가져왔던 나의 영원한, 당신! 




참으로 센티멘털해지는 일요일 밤이다. 

그러나 이런 감성은 닥쳐오는 월요일과 함께 닥쳐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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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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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갈피를 잡지 못 하고 한 곳에 정착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통장 잔고는 늘 들쑥날쑥하던 나는 호주에 와서도 여전히 그랬다. 사람 변하기 힘들다더니 9개월 동안 한 거라고는 쓸데없이 돌아다니고 돈 쓴 일 밖에는 없었다. 그래도 나태한 나는 계속 낙담만 하고 힘든 일들에 여전히 한쪽 발을 담근 채로 기웃기웃 도망갈 자리나 돌아보고 있었다.


  여기 와서 만난 사람들은 전부다 쿨한 척만 했다. 쿨한 척을 하는 건 티가 난다. 그런 사람들을 싫어하면서 외로웠던 나는 기꺼이 거기에 동참해 웃고 떠들며 시간을 소모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돈 쓰고 정 주고 하는 게 사람 사는 맛이라고 나를 속여가면서 여기까지 왔다.


  오늘, 랭귀지 스쿨에서 만났지만 한 번도 같은 수업을 들은 적이 없는, 단지 친구의 친구이자 이웃사촌으로 만났던 한 언니가 내게 천불이라는 거금을 빌려줬다. 이 나이에 백만원쯤 우습게 모아둔 사람들도 많다는 걸 나도 안다. 내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렇다 쳐도 여기에서 천불은 맨몸으로 낯선 나라에서 몸 상하고 마음 상하며 일이주를 버는 돈이고 그걸 아는 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따뜻해서 자려고 누워있다 말고 그만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처음 돈 얘기 꺼냈던 날 언니가 선뜻 빌려주마하며 어차피 마음 먹은 거 돌아와서 잘 살라고, 다들 고만고만하게 산다고 문자를 보냈다. 정말 다들 고만고만하게 사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때만해도 급한 불을 껐구나, 하고 나는 단지 안도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난 뭐가 그렇게 잘 나서 지금까지 이러고 살았던 걸까 난생 처음 후회를 한다. 겁많고 매사 소심하고 귀찮은 일은 손도 안 대면서 헛물만 켜고 이것저것 다 실패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살았던 주제에 남들에게 입바른 소리나 척척 해댔던 내가 부끄럽다.


  내가 좋아 죽을 것 같다던 전전 남자친구들도 아니고, 너 같은 귀여운 동생이 있어 다행이라는 듯 술사주고 놀러나 다니던 언니 오빠도 아니고, 아직까지 계모임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도 아니며, 심지어 가족도 아닌 한 사람의 마음에 감동받았다. 돈 천 불이 아니고, 급한 불을 꺼줘서가 아니라, 진짜 내 인생을 걱정해주는 사람을 여기 이 타지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이지 열심히 열심히 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똑바로 바라봐야한다고. 더 이상 한국에서 겪었던 나쁜 일들과 호주에서 느꼈던 사람들과 나에 대한 실망감에 얽매이지 말고, 주변에서 길을 잃지 않게 가로등을 켜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더이상 아무것도 탓하지 말아야 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나를 진짜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잘 할 걸, 잘 할 걸 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밤이다.


  퍼스에 돌아가서, 겁먹게 되더라도 뭐든지 해야겠다. 이 마음가짐을 워홀 9개월차가 돼서야 겨우 깨달았다니. 지나간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비싼 돈 낸 만큼 좋은 수업이었다고, 어디선가 나를 다독이는 소리가 들린다.






  나를 도와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누가 되기 싫다. 잘 살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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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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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공들이고 있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모른 척을 일삼다가 마치 처음 안 사실이라는 듯이 미안한 표정으로 거절을 하는 것도, 상처 받은 얼굴로 비척비척 돌아다니는 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면서 사과를 하는 것도, 진짜 상처를 받아 마땅한 일에도 그다지 상처 받지 않는 것도 전부 다 이제 내가 포기를 했기 때문인지 아닌지.



  아줌마라는 말에 이제 수긍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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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백번쯤 말한 듯.



  사고쳤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그 사고 맞습니다. 대형참사라고 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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