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

이런 영화였던가.

아주 오래만에 다시 꺼내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장국영 때문에 봤던 모든 영화들은, 다시 볼 때마다 나를 슬픔에 잠기게 한다.

나이를 먹어가니, 이제는 시대와 시간이 인간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보이고, 화려한 경극 장면들만 뇌리에 박혔던 전과 달리, 그 장면들은 더없이 한없이 그 무엇보다도 단지 순수해 보인다.

우리, 문제적 30대들이 극 속 청년들과 같은 시대와 아픔을 겪으며 자란 세대라면 우리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나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우희 역의 데이가 되었을지 데이로 불리기 전의 사내아이였으나 계집아이도 아니었던 창녀의 아이로 살았을지 

잘 모르겠다. 그런 격동의 시대는 살아본 적 없어 죽을 때까지 절대로 완벽한 공감 같은 것은 못하겠지. 나는 그저 패왕별희 속 세 남녀의 관계 속에서 연민만 잠시 엿보고 나왔을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장국영의 영화들은 그의 삶을 많이 짓눌렀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쉬어가지 않았던 배우다, 라는 느낌이다. 완벽한 각색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던 야반가성에서조차도, 나는 그런 것을 느꼈다. 빠순이라서 그렇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학교 새내기 때 그가 죽었다. 강의 중 하나에서 짧은 이야기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울면서 이건 소설도 아니고 팬픽도 아니며 추모글도 아닌 이상한 에세이를 썼던 적이 있었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내가 먼저 썼어야 했는데...(이건 그냥 정신나간 소리).


어쨌든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다.


장국영, 그대가 웃으면 그곳에 꽃비가 내리고는 했다. 그렇게 봄을 가져왔던 나의 영원한, 당신! 




참으로 센티멘털해지는 일요일 밤이다. 

그러나 이런 감성은 닥쳐오는 월요일과 함께 닥쳐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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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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