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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가시돋힌 언어 2007. 2. 6. 22:30

  딸기는 본래가 씨앗이었던 수많은 흔적들을 지니고 있다. 그것의 몸이 울퉁불퉁한 것에 대해 우리가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으며 대개는 그냥, 먹는다. 맛있으니까,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는 주로 봄, 겨울 두 번 농사를 짓는다고 들었다. 그 두 계절을 그것들은 씨앗을 품고 버티고 그 흔적을 몸에 남긴채 상자에 담겨져 온갖 곳으로 팔려나간다.


  우리는 그 흔적들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맛있게 먹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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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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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가고 싶다고 말은 못 하고 그냥 안부나 대신 전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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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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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말 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러워서였을까?

  그냥 내질러나 볼 걸, 나는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럴 수가 없었다. 오래된 애인을 두고 있는 이에게 그렇게는 못 한다. 오래 지켜봐온 사람에게 느껴서는 안 될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물론 내가 나쁜년이어서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마음은 저만큼 빠져나가 통통통 거리를 튀어다닌다. 탄성이 장난이 아니라 도대체 붙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방치해둔다. 탄성을 가진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조금씩 공간을 좁히여 원상복귀, 그리고 제자리에 멈출 것을 기다릴 수밖에.
  괜한 마음을 내비쳐 벗으로서의 그마저 놓치게 된다면 또 나는 주저앉아 질질 울게 될 테니.


  그래도 너무했지. A가 아니라 B라고 C에게 나도 모르게 변명했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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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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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예외없이 어딘가로 떠날 채비를 한다. 친구는 유럽엘, 친한 선배는 태국엘, 모르는 싸이월드의 누군가는 파리엘, 밍씨는 보영과 아휘가 바랐던 이과수폭포를 보러!

  나는 도망도 못 갔다. 오랬동안, 머물러만 있었다. 그래서 말로만 파리지엔느가 백번쯤은 되어 보았고 지인들이 남겨온 발자취들을 떠들어보며 괜히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곤 했다. 마음 편하게 안녕! 하고 불쑥 이 나라를 떠나기를 바라다가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작정하고 끄집어내어 스스로를 괴롭혔다.
 
  여행에세이를 써보고 싶은 것이 꿈인 내가,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낯선 곳에 떨어져보지 못했다. 이것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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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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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네 혀에 뿌리를 내리겠다.
  네 눈으로 함께 빛을 보고 네 입을 통해 받아먹으며 네 머리카락 사이로 잎을 내고 네  손끝에서 꽃을 피울거야.
  우리, 하나가 되자.



  이런 낯간지러운 고백을 당신에게 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가, 그만, 내 손톱 밑으로 말라 비틀어진 꽃잎을 발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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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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