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고, 대학가에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종종 홍대 쪽에 가게 될 때마다 거리의 여자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옷차림이나 몸매 같은 것은 아니라고 말 못 하겠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활기다. 징그러울 정도록 싱싱한 웃음과 말투다. 봄이 왔는데 추워서 짜증이 난다고 말할 것이 아니다. 봄이 왔어도 여전히 움츠러든 내가 견디기 힘들 뿐이지.
화창한 봄날 대학 본관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나눠 피우며 노닥거리던 순간들을 말할 때마다, 그 때는 진짜 즐거웠었지, 라고 말하곤 한다. 그 때가 정말 즐거웠을까? 생각해보니 장담할 수가 없다. 파릇파릇한 모든 것들이 그립지만, 막상 봄비에 잔뜩 젖어 나날이 푸르러지는 나뭇잎들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기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뒤덮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초록과 활개에 언제나 주눅이 들고는 했었지.
봄이 왔다. 봄은 사랑스럽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싱싱하고 모든 것들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아름답지만, 정작 내가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 또 두렵다. 4월은, 참 잔인하구나. 그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