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

불안과 중증의 것 2010. 3. 9. 06:17


  오줌을 싸 놓아서 이불을 몇 차례나 빨고 이불이 없어 나는 추위에 떨며 며칠을 잠들었다. 깔 이불이 없어지자 이제는 매트 위에 직접 오줌을 싸려고 한다. 시도하다 내게 들켜서 혼났지만 기회를 봐서 금방 다시 오줌을 싸려고 든다.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는 않을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내 방에서 자는데 보일러도 틀어놓고 감기에 걸리다니, 좀 슬퍼진다.



  오줌을 싸거나 뭔가를 깨거나 하는 일들이 나를 화나고 불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아마도) 확실하게 인지한 듯한 범은 이젠 조금만 혼내도 몰래 오줌을 지려 놓는다. 발정할 때가 돼서 스프레이를 하는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중성화수술부터 빨리 시켜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재정상태는 제로에 가깝지만, 일단 카드(이게 무서운 짓인 줄은 알지만)로라도 수술을 시켜야 할 듯.








  애초에 생명체를 집에 들인다는 것 자체가 책임감 감수라는 걸 전제로 한 것일 텐데, 점점 지쳐가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아주 눈물겹다. 하루종일 집에 같이 있어준 것도 몇 달 째인데, 애정을 얼마나 더 줘야 만족하겠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패닉, 패닉, 패닉, 패닉이다.




  범도 불쌍한 놈이다. 좀 더 가족이 많은 곳으로 갔으면 사랑받을 성격이었겠지. 난 참, 연애할 때도 심한 애정결핍인 사람들과 엮이더니 애완동물을 키울 때도 랜덤으로 고른 아이건만, 역시나 애정결핍이로구나. 이쯤 되면 내겐 징징대는 사람들만 꼬이게 만드는 페로몬이 있다고 밖에는…….








  힘들다. 동물병원은 언제 문을 열까, 문의 전화를 좀 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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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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