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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불안과 중증의 것 2015. 3. 16. 21:57
그냥 사는 것이 문득 쓸쓸한 월요일
분명 열심히는 산다.
하나도 안 즐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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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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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은혜야

참 슬픈 세상이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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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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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이 동네에는 노인들이 많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일터에 있을 낮 시간에는 안 그래도 주름 많은 얼굴을 더 찌푸린, 입을 열 때마다 불만이 절반 이상인, 아니면 입을 꾹 다물고 모든 것을 외면하는, 잔뜩 굽은 허리를 이끌고 진전없는 느린 걸음을 걷는 노인들이 참 많다.

 

 

 

 

 

  우체국에 책을 배송하러 가거나, 낮에 외근이라도 있는 날이면, 틀림없이 그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내 두려워진다. 열심히 살면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내 오만과 무지에 대한 결과다. '어떤 노인이 되고,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던...

 

 

 

 

 

  웃지 않는 노파가 되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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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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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has hugged herself.
It has been required.

krrr krrrr

Sadness
Anger

She is revealing her cl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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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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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필요로 하는 차례를 기다리면서 대기를 하고 있는 야근의 새벽.

 

  이 와중에도 틈만 나면 끝없이 움직이는 손끝을, 시선이 닿는 모든 곳들을, 밀려드는 졸음을 날카롭게 베어 버리는 기억이 있다. 속수무책 당하는 것 말고는, 조용히 지나가주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새벽 2시가 가까워지는데 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시간을, 날 선 기억은 결코 봐주지 않는다. 재빠르게 어디든 파고들어, 주욱 찢어버리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 네가 이래도 잊을 수 있어?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지난 주말 부산에 놀러온 친구와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 들른 카페의 냅킨에는 Pm. 2:45 coffee라고 프린팅 되어 있었다. 새벽 2시 45분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대에 속해 있고는 했다. 어느 시기의 나는 이 시간에 언제나 깨어 있었고, 술을 마시거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시리즈 따위를 연달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과 드라마 내용 이외의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잠이 오지 않았으므로,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어떻게든 버티지 않으면 괴로운 기억들이 내 안을 침식시켰다. 사람들을 커피와 담배를 줄이거나 끊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실제로 카페인과 니코틴에 중독되다시피 하면서 10년 넘게 지낸 상태라 그 양을 줄여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커피를 사발로 들이붓고 흡연 습관을 버리지 못 했다.

 

 

 

  어쩌다보니 부산에 와서, 어쩌다보니 하루 최대 2잔의 커피만으로, 흡연량은 큰 일이 없고서야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아무도 강요한 사람이 없었는데 몸이 말을 안듣기 시작하거나, 체력의 한계를 몸으로 느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현상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언젠가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는 강박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그 반대를 향해 가고 있는 듯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카페인과 니코틴의 섭취량을 확 줄인 지금도 기억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잠을 자면 꿈속까지 괴롭히는 악몽에 힘든 밤도 종종 있어 출근의 부담이 없는 주말에는 자지 않고 버티기도 해봤지만, 별 소용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무엇이 문제인지를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걸까? 가능한 일인지 의심만 커지고.

 

 

 

 

  내 몸뚱아리이고 내 감정인데 자꾸 놓는다. 될 대로 되라지 해버리고 그냥 괴로워하다가 이유 없는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 그 뿐이다. 예전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은 특정 기억=괴로움, 으로 인이 박인 듯하다. 괴로울 이유가 없는데도 괴롭고, 나는 이제 그걸 어떻게 해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잠깐만 참으면 다음 날들을 그럭저럭 괜찮다고 믿기 때문이겠지.

 

 

 

 

  지인들에게 나는 괜찮다고 말해왔다. 호주에 나갔다 돌아온 시기부터 최대한 그렇게 생각하려고도 노력해왔다. 그러다보면 정말 괜찮은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그런 착각에 빠져 더 열을 올려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72 오클라호마는 괜찮단다.

저런 차량번호판 문구를 생각한 사람은 사는 게 괜찮았을까?

 

 

나는 안 괜찮다.

I am not ok.

라고.

 

 

 

오늘만 좀, 괴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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