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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본 사람들의 눈에는 조금 미쳐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왜 이렇게 멋대로 살고 대책없이 살고 멍청하게 구는 건지 그게 화가 나고 견딜 수가 없어서 꺽꺽댔다.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집에서도 크게 소리지를 수 있는 곳이 없다.



  가슴께에 거대한 세계가 응축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가시지를 않았고 어쩐지 그 세계를 품고서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내가 용서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내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세계를 가슴 속에 지니고 살며 꺽꺽대고 있을 것이다. 그 역시 나 같을까.
  그렇게 세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끝은 어디인가. 어쩌면, 어느 한 부분에선가 세계의 끝과 끝이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에셔의 그림들처럼. 어쩌면 나는 멍청하게도 이어진 세계들의 접합점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 곳만 벗어난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어디를 가나 같을 것이다. 어느 세계에 있든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본질이란 변하지 않기에 본질이라 불리는 것이며 인간이 파묻혀진 자신의 본질을 끄집어고자 하는 노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이러한 모든 방황과 억눌린 감정들이 꺼내기 힘든 것들을 꺼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통과의례인 것이라고. 나의 본질을 찾고, 내 세계를 인정하는 일을 싫든 좋든 해내야 하기에 그래, 이렇게 죽을 것같이 숨을 헐떡이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힘이 든다. 대책 없는 어린 여자. 나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비하하는 것은 몹시 쓸쓸하다. 철딱서니 없이 게으르고 충동적으로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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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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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내려 걷는데 저 앞에 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졌다. 뛰었다. 그 순간을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편의점에 들러서 수면용으로 맥주를 한 병 사서 나오는데 다시 녹색 불이다. 생각한다. 나는 왜 그렇게 뛰어다녔지? 신호 바뀌는 거 금방인데.   


  아침마다 지하철 역에는 뛰는 사람들 천지다. 학교에 가면 강의에 늦을까봐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계단을 종종종종 뛰어다닌다.
  어디 뛰는 것뿐인가? 술꾼들은 술 모자랄까봐 잔 비우기 무섭게 채우고, 애인들은 손 잡기 무섭게 모텔로 향하는데 뭐. 다들 이렇게나 바쁘게 사는 걸. 좀 느긋하게 살면 안 되나?




…… 라고는 해도, 서울을 떠날 수가 없다. 이런 서울이 싫다고 말 못 한다. 다들 바쁘게 사는데 저 혼자 느리게 살고 있다고 왕따 당하는 기분이 들어도 서울은 썩 괜찮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 야경만 봐도, 숨가쁘게 바쁜 것 정도야 참아 줄 수 있다고. 괜찮다고.


  여기, 서울에서 나를 끌어내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치사하게 능력도 없는 주제에라고 얘기하면서. 그런데 알까. 도쿄보다도 드레스덴보다도 심지어 파리보다도 서울을 사랑하고 있다. 물론 가본 적 없는 도시들이지만.  


  다들 회귀본능 운운하며 고향 찾는 게 당연하다고 하면서 내가 태어난 곳이 서울이고 서울에서 살아온 시간이 다른 도시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됐는데 왜 내 회귀본능은 이해 안 해줘. 왜. 내 서울 사랑이 뭐가 나빠. 빽빽한 빌딩숲이고 무허가 간판들이고 빈부격차도 미친 듯이 심하고 살기 각박하고 땅이 꺼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서울도 내가 다 사랑할 수 있다는데. 미친년놈들이 밤마다 고독하다고 꺽꺽대는 이 도시가 좋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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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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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깨어서 불안에 떤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었다. 게다가 잃을 것도 하나 없는 빈털터리라는 사실도 안다.
  새벽이 무섭다. 낮에 꾸는 꿈도.
 
  이제 어디로 물러서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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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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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하고나

낡은 연애사 2007. 3. 27. 04:25
  계약같은 거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간혹 차라리 잠깐 만나고 말 사람하고라도 연애나 해볼까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면 꼭 그럴 시기를 놓치고 말죠.

  어쩌라는 겁니까.



  차라리 몇 년만 더 일렀거나 늦었다면 좋았을 걸, 자주 생각하지요. 그러면, 그냥 스쳐지나갔을,

  그래도, 그러지 않은게 다행이고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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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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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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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후, 2007년 3월 23일이 곧 닥쳐올 것임을.


  울 수 있으려나, 이제는.
  마춤맞은 친구의 발언으로 봉인이 풀렸다.
  이제 봉인을 다시 하는가, 이대로 인정하고 살아가는가 하는, 선택만이 남아 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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