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야 하는지, 뭘 써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습관적으로 블로그에 로긴한다.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은 아는 거 아니야, 라고 묻는다면, 알긴 아는데 잘 모르겠어 라고 대답할 테야.
새벽 4시에 편의점에 나갔다. 오래 참았던 담배가 필요해졌고, 와인 반 병을 다 비우고도 요상스럽게 잠이 오지 않아 술도 약간 더 필요해졌고,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졌고, 집 밖으로 나갈 구실이 필요했다.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동네 술집들의 불빛을 바라보며 묘한 측은지심을 느꼈다. 저 사람들도 뭔가 괴로운 일들이 있어 이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거겠지. 이 시간에 술 사러 나가는 나나 당신들이나 참, 대단히, 지독하게, 되는 일 없나 보구나.
아직 자고 있지 않은 지랭과 통화를 하면서 으악, 난 왜 이 시간에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구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스스로에게 발끈해봤다. 그러고서 결국 방에 돌아와 한 일은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 내가 부른 노래를 다시 듣고 와씨, 나 이렇게 노래를 못하다니 부끄럽게, 하면서 깔깔 웃는 새벽의 시간들. 음, 행복하진 않았지만, 시간은 잘 간다. 하하.
써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자꾸 미룬다. 아직, 아직,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러면 안 되는데.
어제 낮잠(이라기엔 좀 지나쳤지만) 자며 꾸었던 꿈이, 아련하게 남아 나를 괴롭힌다. 꿈 기록을 열정적으로 했을 때는 기억하지 못 하는 꿈이 거의 없다고 자신했었는데 지금은 꿈을 꿔도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이번 꿈, 정확히 기억하면 그렇고 그런 드라마의 한 장면이 될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꿈 속의 내가 이런 대사를 했다.
"다들 어릴 때 그런 적 없어요? 생각없이 천장을 바라보는데, 어떤 부분의 천장이 살짝 어긋나 있는 거야."
천장에 붙여진 타일(?)이 반듯하지 않게 붙여져 있는 것을 보고 과거에 그것을 보았던 걸 기억해내는 여자 아이. 그렇게 자기 출생의 비밀에 대한 증거를 발견한 아이. 인정받는 아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아이.
어제 점심 때 빵집에서 팥빙수를 사왔다. 빵가게 안에서 포장 빙수를 기다리는데 어떤 여자가 여자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들어와 내 곁에 세워 뒀다. 아이를 보고 방긋 웃자 아이가 나를 보고 웃었다. 예뻤다. 연거푸 웃고 웃고 웃다가 포장된 빙수를 가지고 문밖으로 나서려는데, 아이가 괜히 걸려, 안녕, 안녕, 안녕, 하고 팔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이가 소리 내어 안녕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예쁘다, 너무, 예쁘다, 생각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끈적한 공기와 뜨거운 볕이 날 괴롭혔다. 기분은 180도 바뀌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몇 년 전에 만약, 아이를 낳게 되었다면, 아, 내 아이도 누군가를 향해 저렇게 웃어주었으려나.
아, 나 지금 뭘 지껄이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기록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누구인지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소설, 같은 건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구라도, 네가 쓰는 소설이 아주 허섭쓰레기는 아니야,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시도라도 해볼 수 있게. 하하.
와씨, 오늘 생각이 너무 많았구나. 인간 자체도 중구난방 중심이 없는데 생각도 가지만 많고 뿌리는 행방이 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