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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 없는 것들의 반복 속에 진짜들이 소멸한다면서요? 그럼, 나는 의미 없는 것인가요, 진짜인가요? 당신은 의미 있나요, 가짜인가요? 난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판단력은 흐려지고 허공에는 붙잡아두지 못한 말들이 떠다녀요.



  난 뭔가요. 당신은 뭔가요. 난 진짜 성장하고 싶어요. 일단, 가짜인 것들로부터 분리되고 싶기도 해요.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당신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씩씩하게 노래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응원가를 불러주고 싶어요. 유치하게 답가도 요구하고 싶고요.









  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내 말들 속에 진짜 내 말이 들어있기나 한 건지도. 프랑스 속담에 뼛속까지 젖어 있다는 말이 있대요. 그게 어떤 건지 알게 되면 누군가 말 해주어요,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얘기나 좀 들어보게요. 비교해보게요. 내 뼈들은 축축하게 젖어 어느 바다 위를 떠다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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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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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현실의 경계 2009. 8. 9. 03:04

,  며칠 전에, 아이를 낳는 꿈을 꿨다. 너무 쉽게, 고통도 없이, 아기가 내 몸을 빠져나왔다. 허무했다.




  난 모든 것이 좀 더 어렵고, 괴롭고, 힘들 거라고 생각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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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해야 하는지, 뭘 써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습관적으로 블로그에 로긴한다.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은 아는 거 아니야, 라고 묻는다면, 알긴 아는데 잘 모르겠어 라고 대답할 테야.



  새벽 4시에 편의점에 나갔다. 오래 참았던 담배가 필요해졌고, 와인 반 병을 다 비우고도 요상스럽게 잠이 오지 않아 술도 약간 더 필요해졌고,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졌고, 집 밖으로 나갈 구실이 필요했다.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동네 술집들의 불빛을 바라보며 묘한 측은지심을 느꼈다. 저 사람들도 뭔가 괴로운 일들이 있어 이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거겠지. 이 시간에 술 사러 나가는 나나 당신들이나 참, 대단히, 지독하게, 되는 일 없나 보구나. 



  아직 자고 있지 않은 지랭과 통화를 하면서 으악, 난 왜 이 시간에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구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스스로에게 발끈해봤다. 그러고서 결국 방에 돌아와 한 일은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 내가 부른 노래를 다시 듣고 와씨, 나 이렇게 노래를 못하다니 부끄럽게, 하면서 깔깔 웃는 새벽의 시간들. 음, 행복하진 않았지만, 시간은 잘 간다. 하하.


  써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자꾸 미룬다. 아직, 아직,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러면 안 되는데.


  어제 낮잠(이라기엔 좀 지나쳤지만) 자며 꾸었던 꿈이, 아련하게 남아 나를 괴롭힌다. 꿈 기록을 열정적으로 했을 때는 기억하지 못 하는 꿈이 거의 없다고 자신했었는데 지금은 꿈을 꿔도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이번 꿈, 정확히 기억하면 그렇고 그런 드라마의 한 장면이 될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꿈 속의 내가 이런 대사를 했다.


  "다들 어릴 때 그런 적 없어요? 생각없이 천장을 바라보는데, 어떤 부분의 천장이 살짝 어긋나 있는 거야."


  천장에 붙여진 타일(?)이 반듯하지 않게 붙여져 있는 것을 보고 과거에 그것을 보았던 걸 기억해내는 여자 아이. 그렇게 자기 출생의 비밀에 대한 증거를 발견한 아이. 인정받는 아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아이.



  어제 점심 때 빵집에서 팥빙수를 사왔다. 빵가게 안에서 포장 빙수를 기다리는데 어떤 여자가 여자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들어와 내 곁에 세워 뒀다. 아이를 보고 방긋 웃자 아이가 나를 보고 웃었다. 예뻤다. 연거푸 웃고 웃고 웃다가 포장된 빙수를 가지고 문밖으로 나서려는데, 아이가 괜히 걸려, 안녕, 안녕, 안녕, 하고 팔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이가 소리 내어 안녕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예쁘다, 너무, 예쁘다, 생각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끈적한 공기와 뜨거운 볕이 날 괴롭혔다. 기분은 180도 바뀌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몇 년 전에 만약, 아이를 낳게 되었다면, 아, 내 아이도 누군가를 향해 저렇게 웃어주었으려나.


  아, 나 지금 뭘 지껄이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기록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누구인지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소설, 같은 건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구라도, 네가 쓰는 소설이 아주 허섭쓰레기는 아니야,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시도라도 해볼 수 있게. 하하.



  와씨, 오늘 생각이 너무 많았구나. 인간 자체도 중구난방 중심이 없는데 생각도 가지만 많고 뿌리는 행방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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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들 똑같이 말한다. 너 하고 싶은 데로 해. 네가 괜찮다면 그걸로도 상관없지 않니.
      타인도 알고 나도 아는 해답이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   요즘 많이 후회하고 있다.
      나의 지난 애인들에게 내 거짓말 빤히 보였을 것이므로, 마음 가지고 장난친 건 나였구나.

  •   이전에 기록했던 모든 연애사는, 하나의 마음을 숨긴 채로 진행이 되었다.
      때문에 거의 언제나 나, 진심으로 누굴 사랑했을 리 없다. 

     
  •   이성과 감정이 양 끝단에서 시소타듯 오르락 내리락 하고 날 좌지우지한다.
      만나지 않고 있는 시간들이 괴로워 일부러 몸을 혹사시키고 있다.

  •   오늘 대전에 거의 끌려내려갈 뻔 했지만, 약속 있단 핑계로 버텼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꼭 사랑 때문이 아니더라도, 울타리 안에서 쉬고 싶기도 하다.

  •   집안이 엉망이다. 학교 선배 언니가 하루 묵고 갔는데, 아직 치우지도 못 했다.
      내 마음 정리하듯, 청소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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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음.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 이후로 중국사에 관심가져본 기억이 없다. 천안문 사태도 그렇고, 내게는 그저 혼란스럽고 격변하던 시기,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사랑을 대하는(혹은 세상을 대하는) 그 불손하면서 불안하기까지 한 자세는 무척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사랑은 역시나, 매우 치명적인 것이라는 유홍의 일기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보고 있기 힘들다. 관계들은 자꾸 얽히고 사랑의 작대기는 여기저기 왔다갔다하고 그러나 그 사랑을 대하는 청년들의 자세는 너무나 열정적이다. 감정적으로, 그러니까 영화를 지켜보는 것이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말이다.


  내 인생 역시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도 치열하게 해봐야 하는 건데. 상처 주고 상처 받고 그래도 열렬하게 지독하게 날 던져봐야 하는 건데. (이것은 위험한 로망일까나) 이런 사랑은 역시나 견디지 못 할 것 같다. 마음은 흔들흔들 요동치기를 원하는데 몸은 언제나 편하고 안정적이길 바라니까.


  요즘은 어떤 영화를 봐도 다 애정물로 보인다. 하긴, 사실 모든 이야기란 결국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아니려나. 하하하. 이렇게 해서 끝은 또 삼천포로.


  다시 일이나 하자.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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