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려 걷는데 저 앞에 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졌다. 뛰었다. 그 순간을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편의점에 들러서 수면용으로 맥주를 한 병 사서 나오는데 다시 녹색 불이다. 생각한다. 나는 왜 그렇게 뛰어다녔지? 신호 바뀌는 거 금방인데.
아침마다 지하철 역에는 뛰는 사람들 천지다. 학교에 가면 강의에 늦을까봐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계단을 종종종종 뛰어다닌다.
어디 뛰는 것뿐인가? 술꾼들은 술 모자랄까봐 잔 비우기 무섭게 채우고, 애인들은 손 잡기 무섭게 모텔로 향하는데 뭐. 다들 이렇게나 바쁘게 사는 걸. 좀 느긋하게 살면 안 되나?
…… 라고는 해도, 서울을 떠날 수가 없다. 이런 서울이 싫다고 말 못 한다. 다들 바쁘게 사는데 저 혼자 느리게 살고 있다고 왕따 당하는 기분이 들어도 서울은 썩 괜찮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 야경만 봐도, 숨가쁘게 바쁜 것 정도야 참아 줄 수 있다고. 괜찮다고.
여기, 서울에서 나를 끌어내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치사하게 능력도 없는 주제에라고 얘기하면서. 그런데 알까. 도쿄보다도 드레스덴보다도 심지어 파리보다도 서울을 사랑하고 있다. 물론 가본 적 없는 도시들이지만.
다들 회귀본능 운운하며 고향 찾는 게 당연하다고 하면서 내가 태어난 곳이 서울이고 서울에서 살아온 시간이 다른 도시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됐는데 왜 내 회귀본능은 이해 안 해줘. 왜. 내 서울 사랑이 뭐가 나빠. 빽빽한 빌딩숲이고 무허가 간판들이고 빈부격차도 미친 듯이 심하고 살기 각박하고 땅이 꺼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서울도 내가 다 사랑할 수 있다는데. 미친년놈들이 밤마다 고독하다고 꺽꺽대는 이 도시가 좋다는데.
편의점에 들러서 수면용으로 맥주를 한 병 사서 나오는데 다시 녹색 불이다. 생각한다. 나는 왜 그렇게 뛰어다녔지? 신호 바뀌는 거 금방인데.
아침마다 지하철 역에는 뛰는 사람들 천지다. 학교에 가면 강의에 늦을까봐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계단을 종종종종 뛰어다닌다.
어디 뛰는 것뿐인가? 술꾼들은 술 모자랄까봐 잔 비우기 무섭게 채우고, 애인들은 손 잡기 무섭게 모텔로 향하는데 뭐. 다들 이렇게나 바쁘게 사는 걸. 좀 느긋하게 살면 안 되나?
…… 라고는 해도, 서울을 떠날 수가 없다. 이런 서울이 싫다고 말 못 한다. 다들 바쁘게 사는데 저 혼자 느리게 살고 있다고 왕따 당하는 기분이 들어도 서울은 썩 괜찮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 야경만 봐도, 숨가쁘게 바쁜 것 정도야 참아 줄 수 있다고. 괜찮다고.
여기, 서울에서 나를 끌어내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치사하게 능력도 없는 주제에라고 얘기하면서. 그런데 알까. 도쿄보다도 드레스덴보다도 심지어 파리보다도 서울을 사랑하고 있다. 물론 가본 적 없는 도시들이지만.
다들 회귀본능 운운하며 고향 찾는 게 당연하다고 하면서 내가 태어난 곳이 서울이고 서울에서 살아온 시간이 다른 도시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됐는데 왜 내 회귀본능은 이해 안 해줘. 왜. 내 서울 사랑이 뭐가 나빠. 빽빽한 빌딩숲이고 무허가 간판들이고 빈부격차도 미친 듯이 심하고 살기 각박하고 땅이 꺼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서울도 내가 다 사랑할 수 있다는데. 미친년놈들이 밤마다 고독하다고 꺽꺽대는 이 도시가 좋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