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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상상과 현실의 경계 2011. 10. 15. 01:21


이라는 단어는 '아주'나 '너무' 같은 것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오늘 나는 아주 슬프지 않았고 너무 우울하지 않았지만 무척 힘들었다. 무척 괴로웠고 무척 아팠다.



  일하던 스시집에 곧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내일 비치에 놀러가기로 했던 일행 중 몇이 불참하게 됐다고 했고 집에 돌아오니 룸메이트 언니는 피곤에 쩔어 자고 있었다. 내일은 내가 오래 좋아했던 선배의 결혼식이 있는 날인데 내 친구들 중 누구도 내게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문득, 너는 이제 일도 없어지고 계획도 무산되고 친밀했던 사람도 더이상 전처럼 지낼 수는 없다고, 그게 인생이라고 누군가 놀리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무척 어렵다. 사는 것도 그렇고 계획을 세우거나 지키는 일들도 그렇다. 또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오늘은 혼자 울고 싶다. 그러나 눈물이 안 난다. 무척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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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에 살짝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괜찮니, 미안해, 그래도 내가 미안해, 힘들텐데, 잘 치르고, 올라가면, 한 번 보자, 미안해.

  이 말들 속 어디에도, 웃음이 섞일 곳이 없었는데, 가지 못 해 미안하고, 위로도 하고 싶고, 힘을 냈으면 좋겠는데 하는 감정들이 섞이자 울면서 웃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이런 내가 어이가 없었다.

  가족이 내 곁을 떠난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친구나 지인이 나를 떠났던 일은 몇 차례 있었지만, 그래서 온힘을 다해 슬퍼했지만, 그래도 나는,  친구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는 없었다.






  수년 전, 술집 앞에서 일찍 자신을 떠난 가족에 대해 고백하며 하염없이 울던 여자친구를 기억한다. 그 때도 미안한 마음 말고, 다른 어떤 감정으로도 친구를 위로할 수는 없었다. 씩씩하게 괜찮다고 말하는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마음이 짠해, 순간 오버해서 울 뻔했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내가 좀 더 다정하고, 어떤 순간에든 적합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친구였다면 좋았을텐데. 이 따위 밖에 안 되어 그것이 참 미안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진짜,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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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fu 앨범을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고, 이런 미친 웹서핑이라도 해서 목소리라도 찾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거다. louise fuhr 이 여자는 아무래도 밴드이기 이전에 영상물도 찍는 아티스트인 듯. 뭔가 미술을 배웠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그녀는 만능 엔터테이너인가? 아 누가 좀 내게 이 보컬 약력 좀 알려워 엉엉. 영어도 못 하는 내가 덴마크 밴드 앨범이 갖고 싶다고 알 수 없는 언어 속을 오랫동안 헤맸구나. -_- 그나저나 이 언니 목소리랑 다르게 나이가 꽤 있었네. 마흔 살이 가깝... 아무튼, 누가 앨범 좀 사줬으면 좋겠고나.


leak

louise fuhr | MySpace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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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세 부락으로 나뉘어 살았어요. 윗동네, 아랫동네, 경계선.


  나는 경계선에 사는 사람이었어요. 이도 저도 아닌 밍숭맹숭한 삶을 살았어요. 다들 그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경계선 동네도 둘로 나뉘었어요. 윗동네, 아랫동네, 경계선. 나는 또 경계선에 사는 사람이 되었어요. 세상이 아무리 나뉘어도, 결국 나는 경계선에서만 살게 되어 있었거든요.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이상한 음식이나 만들어 먹으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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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책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단지 서로의 관계에 대해 대화를 할 때에도 상대방에 대해 인문서 읽고 논쟁하듯, 그렇게, 맞다, 아니다, 틀렸다, 한다. 


  전화를 받는 일이 무서워져서 네 연락에 응할 수 없었노라고 이야기를 하면, 왜 무서워졌는지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왜 못 받았는지만 끝없이 물고 늘어진다. 책 파듯이, 자기 앞의 상대를 좀 더 알려고 노력하는 일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일까. 나는 그게 가장 재미있고 어렵고 힘들던데.


  친구가 말을 걸어온다. 우리 둘 다 오늘은 무척 기분이 별로인 날이었나 보다. 누가 나를 다 이해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쟤가 왜 그럴까 정도는 생각해주면 좋을 텐데. 하긴,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화를 낸다거나 어르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내 삶의 방식에 대해 이러 저러하게 제지를 당하는 순간이 오면 무척 쓸쓸하고 무서워진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싶으면서.








  우는 것이 뭔가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나, 이런 밤은 눈물이 나기도 한다. 내가 나를 짠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가여운 것, 불쌍한 것, 멍청한 것,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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