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돋힌 언어'에 해당되는 글 35건


  낢이 말했다. 영화나 만화 속 캐릭터들을 보면 단순하고 정의로움에 집착하는 착한 주인공들과 현실적이고 정의 따위 엿이나 먹어라 외치는 악역, 혹은 조연들이 있다. 그런데 낢은 또 말하길, 자기는 생각없이 정의를 외치는 착한 놈들보다는 드래곤볼의 베지터나 피구왕 통키의 타이거 같은 이들이 좋단다. 그들이 숨겨져 있던 일말의 인강성을 보여줄 때 쾌감(응? 진짜 이렇게 말했던가?) 비슷한 걸 느낀다고.

  그 부분에 동의하며 웹툰의 끝부분으로 스크롤을 내렸을 때 낢의 엄마가 말한다.

  살아봐라. 착한 놈이 최고여.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부분 여전히 '나쁜' 것들을 꿈꾸는 것. 그것은 젊은 여자들의 특권일지 착각일지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착한 놈이 최고라는 데에 이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한없이 멍청하게 굴겠지만, 역시 착한 놈이 최고라는 말에는 반박을 할 수가 없다. 나쁜 짓인 줄을 알면서도 마음이 흔들렸던 순간들, 혹은 흔들릴 순간들. 그러나 결국 내 곁에 남을 놈은 '착한 놈'들 뿐일 테니 이제 오기로라도 버텨볼 수밖에.



http://comicmall.naver.com/webtoon.nhn?m=detail&contentId=22045&no=174&page=2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사람이 사람을 진저리나게 싫어한다는 것도, 저 아이보다는 이 아이가 나으니까 나는 얘하고만 이라고 비교하는 것도, 사랑했던 사람을 개새끼라고 욕하는 것도.


  안다, 나도 종종 그러곤 했었지. 지금도 가끔씩 그러지. 무심코 흘러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시가 되어 곁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찌르곤 하지. 그것이, 결국 나 스스로를 찌르는 짓임을 알면서도.


  나이를 먹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대하기 힘들고 불편한 이들이 그와 비례해서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참으로 쓸데없고 못된 짓거리라고 느껴지는 밤이다. 죽어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그깟 일들에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죽어도 관계맺지 않으리라 장담하는 건 정말이지 우스운 일이다.


  내가 무슨 부처나 예수라도 되어서 자애나 이웃을 사랑하라 따위의 거창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 따위가 세상을 전부 사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다만, 그저 한 가지,


  시간 낭비 하고 싶지가 않다. 나랑 맞고 맞지 않고를 재며 관계를 맺는 일은 감정 소모가 심하게 많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슴을 졸이며 공을 들여 내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 짓거리인지 사람 좋아하는 탓에 아주 많이 알아왔고 또 계속해서 알아가고 있다.


  조용히 흐르는 물처럼 잔잔한 리듬을 타고 내 감정이 '그러하게', '그럴 듯하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고 싶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관계를 강요하거나 애써 누군가를 멀리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따뜻하게 인간 바라보기란 결국 나 자신을 떠도는 바람 속에 흩어지도록 조용히 놓아주는 일임을, 지금 이 순간, 반드시 말하고 싶었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내가 아는

가시돋힌 언어 2007. 12. 24. 23:55

꽤 좋아하는 사람이 곧 등단한다.


  소식을 듣자마자 소리를, 그것도 괴성을 지르며 축하를 보냈고 먼저 소문내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정말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부럽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 새해 전에 기쁜 소식을 듣고 누군가에게 괴성의 축하 인사를 들을 날이 올까. 하하.


  "언니, 완전 축하해요." ㅋㅋㅋ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전부터 애청자로서 잘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까, 지, 켜, 보, 고, 있, 다는 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윈터의 강도강간 사건과 자밀라에 대한 제작진과 엠씨 및 일부 게스트들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말하려니 화가 나서 당최 논리적인 글이 안 되는 것이다!


  일단, 자밀라라는 분이 예쁘건 말건 그거야 내 알 바가 아니고 윈터가 한국인 모델 남자친구가 있건 말건 그것도 역시 내 소관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글로벌 토크쇼'라는 큰 주제를 걸고 하는 방송에서 외국 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요소(그것이 일부이건 극소수이건 대다수이건,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에 대한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글로벌 토크쇼' 라며? 버라이어티 쇼가 아니라! 이건 뭐 경쟁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두려는 것이었을 텐데 말도 안 되는 타이틀이다. 한국인-외국인 간의 오해의 편견을 줄이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더욱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되는 거지.


  개인적인 감정이 앞서다 보니 점점 자밀라, 라는 분마저 싫어지려하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말이다. 예쁜 사람 마다 않는 나이건만. 쯧쯧.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윈터가 겪은 사건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외국 사이트에 그 사건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고 한다) 맙소사! 친절봉사 경찰들 이래서야 외국인이고 한국인이고 간에 믿을 수가 있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생명을 맡길 수가 있나,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키고 앉았다.


  한국인도 국외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난 외국 나갈 일 없다고 농담하는 사람들은 볼기짝을 차줄 테다! 내 가족이나 친구가 저런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이 쉬운 역지사지의 태도를 꼴뚜기들이여, 좀 갖었으면 좋겠다. 없어졌던 몽고반점 돌아올 때까지 정녕 볼기짝을 찰싹 찰싹 때려줘야 정신을 좀 차릴지, 쯧쯧쯧.


  비록 내가 외국인 공포증과 외국어 공포에 심하게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이어서 그참 부끄럽지만, 솔직히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참, 미녀들의 수다 얘기하고 있었지. 그러니까 하고 싶었던 말은 프로그램의 성격을 고려하고 더욱 바람직한 '글로벌 토크쇼'를 만들고 싶다면 예쁜 애들 데려다 놓고 남자 게스트들 눈요기 시키지 말고(말이 과격하다면 사과한다. 내가 그렇다. 허긴 여기는 그들이 볼 일은 없는 곳이겠고나-_-), 진짜 편견과 오해를 깰 수 있을 만한 좋은 주제들을 채택하고 진짜 집중해야 할 문제가 튀어나왔을 때 그에 알맞은 비중으로 다루고 편집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나도 출연진 중 좋아하는 여자분들 많이 있지만, 미녀들의 수다가 이쁜 친구들 사생활이나 캐는 프로그램은 아니잖아! 작가들은 왜 고딴 주제밖에, 라고 하면 피디가 시켜서 그런 거겠고, 피디들은 왜 고따위, 하면 또 윗분들이 시청률 압박 주시니 그런 것이겠으나, KBS가 케이블 방송도 아니고 국민들 수신료 받고 먹고 사는 처지에 좀 정신을 차려주었으면 좋겠고나.



  오늘도 여지없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내 글이라는 게 그렇다. 허허허. 그리고 이렇게 지랄을 해 놓고 월요일 되면 다시 미녀들의 수다를 보겠지. -_- 브로닌이랑 크리스티나만 보면 아주 그냥 귀여워 귀여워~ 이렇게 잘 나가다 또 삼천포라는 말씀.


  다들 정신 좀 차리자는 게 핵심. 고럼!!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
  이재명 교수님께서 상을 받으셨다. 나는 학교 선배의 부름을 받고 그 자리에 나갔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듯, 교수님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이 컸다. 그러니까 와달라는 말이 고마웠다는 말이다.

  좁은 공간에 화환에 꽃다발에, 화분들이 즐비해서 나는 계속 재채기를 해댔지만, 교수님께서 마지막 울컥하시며 쏟아낸 수상 소감이나 또 다른 수상자인 한겨레 기자의(미혼에 잘생겼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꽤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뒷풀이도 좋았고, 술자리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이리도 헛헛한 것인지, 이렇게까지 비참한 것인지.




  문창과 교수님들과 대학원생과 학부생으로 모인 마지막 술자리에서 나는 고립되었다. 누구도 고립시키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틀 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나를 가뒀다. 드디어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문창과 사람과 문창과 사람이었던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하는 모든 것에 내가 동참하는 것이 어색한 것임을 알았다.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과 테두리를 떠난 사람은 거리를 두고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 전 문창제 마지막 날, 연극 뒷풀이에서 나는 말이 없었다. 선배도 묻고 동기들도 물었는데 그 때마다 나는 할 말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이제, 더이상 내가 할 말은 없었다. 끝도 없이 내 이야기를 하고 예전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내가 내 지인들 모두와 같은 시공간을 살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아련히, 벌써부터 아련하게 느껴지는, 꿈같은 시간들 속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없었다. 아무도 나를 구해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돌아왔다. 새벽이고, 나는 혼자 또 술을 마셨다. 울어도 울어도 울어도 울어도 울음을 쥐어 짜내도, 울긴 우는데 눈물도 나지 않고, 이미 토요일이 되었고, 토요일이 지나면 한 주가 끝이 나고,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면 나는 점점 더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지겠지.



  어차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으로부터 멀어지고 무언가로 가까워지는 것이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것도 모르면 바보게? 그렇지만, 무엇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싶지 않고 무언가로 가까워지면 또 그게 다 내 영역이었으면 좋겠다는 이 욕심도 그대로라서, 도대체가 나는 쓸쓸하지 않은 날이 없구나.



  내게 어느 순간 가까워진 모든 것들은 왜 어느 순간 전부 멀어져야 하는 것인지, 이토록 많은 애정을 여지껏 버리지도 못 하는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생각들만 하다 보면 서서히 정체되고 있음이 느껴지는데 멍청하게 한 자리에 멈추어 있으면 지나온 일들도 다가올 것들도 전부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제발 나에게 이러지마. 나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아주 크게 잘못한 일 없고, 다가올 것들에게도 잘해줄 자신 있어.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 이렇게 굴지마. 날 좀 어여삐 여겨줘.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