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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박혜신!

낡은 연애사 2007. 7. 26. 01:10
하고 어떤 남자가 계속해서 외쳐댄다. 새벽 1시다. 박혜신이라는 여자가 누군지 나마저 궁금할 지경이다.

  창문 앞 공사 현장까지 들어온 한 남자가 애인으로 추정대는 여자의 이름을 부른다. 본인이 지쳐 소리지를 수 없을 때까지 외친다. 처음에는 문열어, 로 시작했다가  전화 받어, 로 결국 전화 안 받으면 나 아침까지 여기서 기다린다 진짜, 로 바뀌어간다.
  창문으로 빼꼼 얼굴을 내민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형체로만 가늠되는 남자가 미안합니다, 라고 또 정중하게 말하는 꼴이 우스워 나는 화도 낼 수가 없다. 제 애인에게는 가열차게 소리지르던 남자가 불특정 다수의 동네 주민들의 시선에는 고개 숙여 사과하는 꼴이 처연하기도 하다.
  남자는 또 전화 받어, 우리 좋게 헤어지자, 한다. 좋게 헤어지자고? 새벽 1시에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창문을 두드리고 민폐를 끼치는 것이 좋게 헤어지는 것인가 싶다.
  조용해지고 있다. 점점 더. 여자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나 보다. 나라도 안 받겠어. 지금 나가면 몇 대 때릴 것 같은데. 이별을 번복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저런 남자는 싫다. 저런 애정도 싫고, 저런 태도도 싫은 것이 당연하다.

  정신차리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안쓰럽기도 하고, 어차피 떠난 버스 잡으려고 뛰어봤자 못 잡을 게 뻔하고, 잡으려다 실패하거나 간신히 잡는다고 해도 쪽팔린 일 아닌가.
  사랑에도 무수히 많은 얼굴이 있겠지만 가급적 박혜신씨와 그의 애인이 하는 모양새가 되면 곤란하겠다.


  무엇보다도, 내가 사는 동네에 찾아와 내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는 남자는 그것이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건 말건 관계없이,

 "정중히 거절합니다."

매우 괴로운 일이라는 건 체험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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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본인도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것을 해왔고 할 필요가 있다면 피곤한 일이지만 가면을 골라 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내 앞에서 페르조나 따위를 보여줘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왔다.


  그러나, 연애감정을 느꼈던 대상으로부터 느껴지는 그 배신감, 좋아했던 부분의 거의 전부가 이미지 메이킹이었음을 아는 순간, 울컥 한다. 왜냐하면, 이미, 강렬한 감정이 생성되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는 공식 따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 정도 상황까지 되면 뒷통수 맞은 것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나 자신에 관한 부분이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애정에는 약이 없다.


  무엇보다도, 심지어 연애감정이 짝사랑이라면, 그 감정은 이미 볼장 다 본 거다. 혼자서 분하다고 생각해봤다 병신 소리 들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역시 이미지 메이킹에 다시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는 결론에 도달.
  다시는 실망하고 싶지 않고 실망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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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낡은 연애사 2007. 7. 13. 01:27
  나에겐 네가 아니어도
  너에겐 내가 충분하면


  그걸로 된 걸까. 네 말대로, 어차피 우리가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되어야만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나 나 역시 상대방에게 너처럼 얘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나는 말했지. 치사하게 너에게는 로맨스가 내게는 헤프닝일 뿐이라고 하면서 입장이 바뀌면 그 헤프닝이 나의 로맨스가 되는 관계의 아이러니를 사실은 우리 둘 다 용납할 수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


  그래도 너는 너의 로맨스를 로맨스라 말하는 당당함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나의 로맨스를 헤프닝이 될까봐 두려워서 묻고 또 묻기만 했어. 네가 싫은 것이 아니라서 그것이 더 슬프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이런 여자애를 좋아해주는 것이 고마워. 여느 때와 다르게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어.


  누군가로부터의 고백을 들었을 때 대개는 딱 잘라 안된다고 하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달라고 했어. 시간을 가지고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어. 너는 내게 부족함 없는 상대인 것이 분명하고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이나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에 비하면 어리숙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런데도 덥썩 그 손을 잡지 못하는 것이 왜일까 곰곰히 따져봤어. 혹시 내가 사랑을 겁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만약 그런 거라면 이 구제불능인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너는 기다리고 있을 거야. 전화는 계속 미뤄지고 계속해서 나는 피하고 너는 쫓고. 아, 사랑이 뭐 이럴까. 너에게는 나인데 나에게는 네가 아니라는 성립되지 않는 공식을 놓고 끙끙대고 있는 꼴이라니!


  응, 이라고 말하면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건지, 혹은
  미안, 이라고 말해서 우리 관계가 확실히 정리되는 것인지.


  내 애정의 방은 문 없이 사방 벽으로 막혀있는가, 출구가 안보인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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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낡은 연애사 2007. 6. 12. 00:29





  당신이랑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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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씩만 애 같은, 존경할만한, 뭔가 거대한 느낌의, 속을 알기가 다소 힘든, 그러나 단순무식한 여자애에게 빠져 있는, 로리타 성향을 약간 지닌,


  근사한 아저씨 타입의 남자를 꿈꾸고 있다.
  꿈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뭐랄까, 살짝 떨려.
  지금까지의 연애도 한 두번을 제외하고는 다 그런 아 저 씨 들뿐이잖아!


  이럴수가. 생긴 거 안본다고 눈 낮은 건 아니구나. 나 눈이 너무 높았던 걸까.

  어째서 못되먹은 아저씨 타입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이냐. 자중하라, 곤아. 이래서야 어디 연애가 가능할까. 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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