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고등학교에서 ‘두발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 300여명
을집단 체벌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하지만 해당학교는 교육활동의 일환이므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28일 해당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개학일인 지난 20일 오후, 2학년 학생들 대부분이
운동장에서 체벌을 받았다. 체벌을 받은 이유는 “머리가 길어서였다”는 게 학생들
의 주장이다. 이 학교는 앞머리와 뒷머리가 눈썹과 귀, 교복 칼라를 덮지 말도록 두
발규정을 정해놓고 있다. 학년부장 교사는 개학 첫날 이 교칙을 어긴 학생들을 불러
모아 체벌을 한 것이다.
학년부장 교사의 지시에 따라 300여명의 학생들은 ‘엎드려 뻗쳐’ 상태에서 한 사람
당 2~5대씩 엉덩이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는 당시 상황이 찍힌 사진도 올라와 있다.
학교 운동장에는 수백명의 학생들이 줄지어 엎드려 있고, 선생님으로 보이는 몇 사
람이 학생들 사이에 서 있다. 당시 체벌을 받은 한 학생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매
를 맞아서 엉덩이에 피멍이 선명하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해당교사도 인정을 했다.
체벌을 가한 서모 교사는 청소년 언론 ‘바이러스’와의 인터뷰에서 “2학년들은 곧 3학
년이 되기 때문에 ‘정신교육’을 시키기 위해 두발검사와 체벌을 했다”며 “교칙은 일
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학교, 학생, 학부모와 협의하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학교 역시 “내부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교육활동의 일환”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
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강모 교감은 이날 “학생들이 잠깐 엎드려 있는 모습을 1학년 학생이 찍어서
과대포장해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하게 때린 것도 아니고 ‘사랑의 매’ 차원”
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만일 엉덩이에 피멍이 들고 했으면 학부모들이 가만 있었
겠느냐. 심하게 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교감은 체벌 이유에 대해선 “두발규제보다는 2학기 교육활동 목표상 학생들의 학
습 분위기를 유도하고, 기본적인 생활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방학 때 해
이해진 마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교육활동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학생은 “정신교
육이라면 ‘정신적’으로 해야지 왜 폭력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선생님들의
인권의식이 너무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의 유운종씨(19)는 “방학이 끝나면 두발 등의 이유로 학생
들을 체벌하는 게 관례가 돼버린 학교가 많다”며 “독선적인 생각을 폭력적인 방식으
로 강요하는 게 어떻게 ‘교육적’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