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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이 생각나서 재고 재며 기록으로 남기리라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다가, 이내 관둔다. 기록을 계속해나갈 때마다 아마 주저앉아 울게 될 것이다. 아직을 울 때가 아니므로,

  참자. 어떤 부분에도 그 탓을 돌리지 말고, 다만, 꿋꿋하게 버티고 서서. 버티다가 그래도 안 되면, 그 때 울어야지, 아직은 정말 울 때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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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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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고프다...

연쇄고리 2007. 4. 10. 23:48

  밀가루로 할 수 있는 음식은 죄다 해먹어서 이젠 밀가루도 없고 쌀도 없고 엉엉. 쌀 살 돈으로 술 마시고 엉엉.

  나 배고프다고 우리 또랑이도 덩달아 다이어트 시키고 있다.
  - 또랑아, 언니도 못 먹는데 너만 치사하게 먹을 수 없지? 그러니까 물은 내일 줄게.
라고 얘기했다. 또랑이는 어제 길에서 만난 허브인데 골든레몬타임이라는 종류고 어제 선배들이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런데 한 분은 또랑이를 자꾸 또라이라고 해서 또랑이에게 그 얼굴 똑똑히 기억해두라고 얘기해줬다. 우리 또랑이 잘 커서 보란듯이... 아 뭐 보란듯이 할 게 없구나. 어쨌든 잘 크면 또랑이가 내게 허브차를 선사할 거다. (그냥 물 줘야겠다)

  어쨌든 또랑이도 배고프면 뭔가를 먹는데 나는 이게 뭔가. 정말 배고프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ㅠ_ㅠ 맛있는거 먹고 싶어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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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청평행은 꿈인 듯, 저 너머로 가버렸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내 앞에 놓여 있는 문제들은 여전히 그 곳에서 떠나기 전의 모습을 하고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청평에 있는 동안은 들떠 있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생각해 보니 주말 내내 내 사랑 누굴까, 라는 몇년 전쯤의 김수현 드라마를 몰아 시청한 것 빼고는 이렇다, 하게 한 일이 없다. 갑자기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본 에피소드들을 빼고도 한 30회쯤 분량이어서 이틀을 꼬박 봤다.
  예전에 여성차별적이다 어떻다 하면서 말이 많았던 드라마였는데 어찌되었든 간에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가정이 그 드라마 속에 나와 있다. 전에는 이런 나를 보며 깜짝 깜짝 놀라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나를 인정하게 됐다.
  문득 문득 드라마 속의 이승연이 맡은 맏며니리 삶처럼 살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던 공부 다 때려치우고 결혼해도 될 만큼 욕심나는 시댁이라지 않은가 말이다. 하하하. 내가 철이 든 건가 점점 타협을 하는 건가, 전 같았으면 앗 뜨거 했을 얘기들이다. 사실 지금도 나의 이상형은 도시 차남이긴 한데...



  또 삼천포. 왜 꼭 시작한 얘기를 제대로 끝내지를 못 하고 엉뚱한 곳으로 가나. 늘 사설이 길다. 드라마 본 얘기는 왜 해!
  커다란 문제가 내 등 뒤에 있는데 나는 그것을 직면할 용기가 없어서 계속 등만 보이며 집안을 돌아다녔다.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 했다. 앞으로 청평행을 열 번쯤 해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만 똑똑히 알았다.

  이건 정말 사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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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본 사람들의 눈에는 조금 미쳐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왜 이렇게 멋대로 살고 대책없이 살고 멍청하게 구는 건지 그게 화가 나고 견딜 수가 없어서 꺽꺽댔다.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집에서도 크게 소리지를 수 있는 곳이 없다.



  가슴께에 거대한 세계가 응축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가시지를 않았고 어쩐지 그 세계를 품고서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내가 용서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내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세계를 가슴 속에 지니고 살며 꺽꺽대고 있을 것이다. 그 역시 나 같을까.
  그렇게 세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끝은 어디인가. 어쩌면, 어느 한 부분에선가 세계의 끝과 끝이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에셔의 그림들처럼. 어쩌면 나는 멍청하게도 이어진 세계들의 접합점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 곳만 벗어난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어디를 가나 같을 것이다. 어느 세계에 있든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본질이란 변하지 않기에 본질이라 불리는 것이며 인간이 파묻혀진 자신의 본질을 끄집어고자 하는 노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이러한 모든 방황과 억눌린 감정들이 꺼내기 힘든 것들을 꺼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통과의례인 것이라고. 나의 본질을 찾고, 내 세계를 인정하는 일을 싫든 좋든 해내야 하기에 그래, 이렇게 죽을 것같이 숨을 헐떡이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힘이 든다. 대책 없는 어린 여자. 나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비하하는 것은 몹시 쓸쓸하다. 철딱서니 없이 게으르고 충동적으로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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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연쇄고리 2007. 3. 14. 03:33
  강의 중이었다. 두 번이나, 끈질기게 진동이 왔는데, 엄마였다. 강의는 30분이나 더 끝날 시간을 지키지 않고 지속되는 중이었고, 중간에 나갈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해왔고, 강의도 충실히 듣고 있다고 생각되어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은 상태였다.

  버스정류장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아빠가 받으시고는 잘 지내느냐고 하셨고 잘 지낸다는 말을 건냈고 엄마를 바꿔달라고 했다. 엄마는, 내 감이 틀리지 않았다면, 술을 마신 목소리였다.

  그간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는 취직도 못 했고, 돈은 축내는 주제에 할 말도 없고 미안해서였다. 엄마는 본인이 먼저 연락한 것에 대해 화를 냈다. 할 말이 없었다. 취직에 대해 물었다.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겨우 아르바이트냐고 화를 냈다.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변명은 하고 싶어서, 야간 수업 들어가며 할 수 있는 직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일단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는데 그마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엄마는 또 화를 냈다. 화를 내며 끊어버렸다.

  내 지갑에는 4천원이 들어있었다. 분명, 아침에는 3만원이 있었는데 강의 시간에 쓸 교재를 급하게 구입하고 복사비 만원을 지출하고 공부할 노트를 사고 버스 카드를 조금 충전했더니 그랬다. 술을 마시고 싶었는데, 돈도 없었고 같이 마셔줄 사람도 없어서 편의점에 들러 콜라와 소주 한 병을 샀다. 이제 지갑에는 2천원이 남아 있었다.

  통화 이후로 울음이 터지려는 걸 참고 참아 집앞까지 왔기에 오피스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왈칵 쏟을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났다. 화도 못 내겠고, 대책도 강구하지 못 했다. 그냥 설거지하고 밥을 해놓고 술을 마셨다. 잠깐, 하품을 했기 때문인 것처럼 볼을 타고 뭔가 뜨거운 게 흐르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그냥, 더 이상 해봤자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아직까지 바깥 공기는 많이 차네, 이따위 말이나 지껄이면서.

  펑펑 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힘들어 죽겠다고 소리지르고 싶다고 생각한다. 죽을 것같이 술마시고 담배나 피워대면서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 춥고 더러웠던 과방도 생각나고 좋아하던 남자들도 생각나고 그렇다. 그러나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울 수도 없고 곁에 있어줄 사람도 없고, 담배도 없고, 겨우 있는 건 소주 한 병인데 그것도 다 마시고 없다. 이게 뭔가.

  솔직히 나는 요즘, 사는 것이 지겹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되어서, 내심 기뻤었다. 등록금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부모님께서도 내 공부를 이해해주실 줄 알았다. 대학원 생활이 힘들다고 해봤자 사실 그것은 즐거운 비명이었다. 그런데,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다.

  일자리도 구하지 못 했고 대학원에서는 관심도 없는 부과대 자리나 맡게 되었고 다음 학기 등록금은 없으며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공부하는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으신다.

  난생 처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됐는데 결심이 서자 마자 모든 것이 난관에 부닥쳤다.

  어째서 펑펑 울지도 못 하는 건가. 아무도 안 보는데 숨어서 운다. 소리도 못 내고, 양도 적은, 그런 소심한 눈물만 난다.

  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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