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시작이 얼마 되지 않아, 고3을 눈앞에 두고, 마리 이야기와 처음 만났어. 곧 모든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믿으려고 애쓰며, 남자 친구도 친구도 나 스스로도 잃고,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지. 그런데 다시 겨울이 왔을 때 나는 잃었던 것들을 하나도 되찾지 못 했고 겨울은 여전히 추웠어. 오직 오만했던 내 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그 뿐이었던가, 그래. 그래도 그 오만이 나름 청춘을 대변해주고 있었는데 말이지.
변화의 과정 속에는 늘 상실이 존재하나. 그렇다면 가슴아픈 변화야, 라고 말하며 살짝 고객숙인다.
그래도, 나 아직 청춘이지?
했더니, 네가 말했다.
넌 아직 청춘이야. 게다가 아직 오만하거든
다행이다, 다행이야.
아이쿠, 어쨌든 마리 이야기를 다시 봤다. 변화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변화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변화한 나를 발견했다. 쓸쓸하지만 또 당연한 변화이고. 이병헌 목소리가 그랬지.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 뭐 잊지 않겠다던 것만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아직 괜찮다. 이젠 슬슬 어른이 돼야 할 텐데. 깨진 구슬을 백번 바라봐도 마리를 다시 볼 수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