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관계 없는 이야기를 시작해서 좀 미안하다. 그런데, 내가 미안하다고 해서 누가 볼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좀 지껄여볼게."

 

 

 

 

1.부산에 내려온 지 6개월에 차에 접어들었다. 12월이 지나면 반년을 부산에서 산 셈이다. 그런데, 나는 돈을 모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 모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모으는 것 같기도 하다. 당장 뭔가 하고 싶은데 여유가 없는 것이 괴롭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풍족하면 반드시 다 집어치우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질 것이 뻔하니까? 글쎄. 잘 모르겠지만.

 

2.살아보려고 발악하는 동안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 내년이면 내가 갑자기 서른, 서른 하나, 서른 둘이 된다. 서른은 인터내셔널 에이지로 쳐서 그렇고 서른 하나는 대한 민국이 인정하는 법적 나이이고, 서른 둘은 울 엄마가 진짜로 나를 낳은 년도를 기준으로 따진 나이다. 나는 지금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내 나이를 바꿔가며 살고 있다. 타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는 내가 곧 서른이 되고(사실 내 나이 따윈 신경도 안 쓰겠지), 학교와 직장에서 만난 지인들에게는 서른 하나, 가족과 아주 특수한 지인 몇에게는 서른 둘이 된다. 대개는 그냥 곧 서른 하나가 되는 여자로 살지만. 아무튼 최근 나이 때문에 내가 또 개족보를 만들 뻔해서... 예의만 지키면 되지 나이까지 순서를 매겨야 하나. 어차피 우리가 죽는 데는 순서 없잖아?

 

3.나는 왜 이렇게 낡아빠졌을까, 여기 저기 녹이 슬어 제 역할을 하지 못 하는 부위들이 속출하면서(정신상태도 포함해서) 일의 능률은 떨어지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일 자체에 대한 열정이 없다. 내가 가증스럽다. 매번 타협안을 선택해놓고, 1순위를 하지 못했다고 울고 있는 꼴이라니. 언제나 결정한 것은 나였다. 휘둘린 것도 나였다. 남들이 강요한다고 뭐든 다 그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모두가 아니라는 길에 서려 있을 위험을 떠안고 싶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나는 내가 좀 한심하다.

 

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 여덟 글자로 만들어진 한 문장으로 현재 내 모습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나는 나만 내가 뿌려놓은 말을 수습하려고 살고 있다. 책임감, 그것이 없었다면 난 벌써 노숙녀가 됐을 걸.

 

 

 

 

 

 

 

 

 

Anyway, 요즘 이렇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좀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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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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