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가 특가 행진을 하고 있다.
퍼스까지 날아가는 표가 정말 많이 저렴해서
갈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예약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퍼스에 있는 미유님도 보고 싶고
내 기억들이 남겨진 거리를 다시 걷고 싶다. ...
펍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시며 호주 남자들은 참 빙신들이라고
아시아 여자는 다 쉬운줄 아나, 하면서
잘난척도 좀 해보고 싶고.
그러나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휴가도 없고.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여유와 여건이 되는 사람은 어쩐지 여행을 가지 않는다.
삶에 있어서 여행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살다가 그저 자연스럽게 여행이라는 걸 하게 되는 사람들
어느 부류가 되든 나에게는 환기가 필요하다.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날들이 너무나 그립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국이 거지 같은 나라라고 생각할까봐
나는 그 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아껴왔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내게는
기억함직한 순간들이 별로 없었다.

기억할 만큼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
언제고 기억나게 될 끔찍하게 괴로운 순간들,
(그래, 심지어 쓰레기처럼 생활하던 것도 그리울 지경)
기억해낼 때마다 삶의 바닥을 박차고 다시 떠오르게 만들 원동력,
그런 순간들이 필요하다.

이 사회에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것이 나를 아늑하고 따뜻하게 하다가도
때때로 온몸을 죄고 살을 파고드는 올가미 같기도 하다.
그러니 살이 에이듯 마음에도 상처가 생기기 시작할 때
그 때를 여행의 순간으로 삼는다면
지친 상태로도, 조금은 더 걸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냥, 여행이 하고 싶다는 말인데
슬프게도, 여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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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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