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도 대답이 하고 싶다. 아직 누구도 내게 사랑을 고백한 적 없지만 '나도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오늘 누구 하나 술 한잔 하겠냐고 날 떠보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나는 '물론이지'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 보고 싶다고 연락 없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문자도 보내봤다. 나는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내가 정말 미안해했었는지 아닌지 투정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묻기 전에 미리 대답하는 것은 내 오래된 그리고 못된, 못난 버릇이다.



  조금만 천천히 했다면 달려졌을 일들이 있었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아니, 아니지. 어차피 기다렸다고 내게 질문을 해 주었을 사람들도 아니었을 텐데. 부질없다 진짜.







  아무려나 나는 오늘 많이 많이 대답한다. 응, 아니, 응, 그래, 그건 아니고, 응, 나도, 몰랐어 정말, 하고. 질문 없는 대답들이 답답하게 방 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떠다닌다. 쓸데없는 대답들을 밖으로 다 내보냈으면, 좋겠다고, 또 대답하고 있다. 내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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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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