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써야 할 것 같은 기분도 좀 들고, 그러네.




  아무에게나 쉽게 반하고 쉽게 질리는 걸로 나를 정의해버렸던 어느 날, 나는 어쩐지 호주에 와 있었다. 여기에 오고 나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아무에게나 반했다. 또 아무에게나 싫증을 느꼈다. 같은 방을 썼던 사람들에게 죽어라고 잘해주다가도 혼자 문득문득 그것에 염증을 느껴 자학하며 술이나 마신 적도 많았다. 기분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하루만에 왔다 갔다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먼 거리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오고 갔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나는 누군가를 위해 밥을 해거나 선물을 구상하거나 했다. 이것이 타지에 사는 사람들의 외로움인 걸까.


  이래서는 오래 적을 두고 만나고 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외롭고 고독하다고 늘 울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너무나 두렵지만, 또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자꾸만 돌아서는 내가 한편 반갑기도 하다.


  나는 요즘 내가 차가운 사람인지 뜨뜻한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자신있게 어떻다고 말하는 것도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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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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