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들과 거의 공짜로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성시경의 라디오 진행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모르는 단어를 듣고서 캐리어 안에 처박혀 있는 전자사전을 꺼내야 뜻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그만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핸드폰을 바꾸고 나자 나는 호주에서 다시 실직자가 되었고 친구에게 실직자가 됐다는 문자를 보내려는데 자동완성기능인지 뭔지 때문에 졸지에 성직자가 되지를 않나, 미니 어플로 라디오를 듣는 것은 스트리밍이라서 데이터를 엄청나게 먹기 때문에 매일 들으면 내게 할당된 데이터량이 금방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핸드폰 크레딧을 다시 충전하려면 돈이 들고 성직자 아닌 실직자가 된 나로서는 인터넷 좀 쓰자고 비싼 요금제로 충전하는 것은 좀 멍청한 짓 같아서 상당히 고민이 된다, 하하.



  혼자 여기 떨어졌을 때 너무 외로워서 어학원 친구들이나 내 룸메이트였던 유카나 다른 쉐어생들과 어떻게든 비비적대고 친해져보려고 했던 것도 엊그제 같고, 세컨 비자 따겠다고 농장에서 일 하려고 들어갔던 백팩커에서 만난 친구들을 포섭하려고 음식을 마구 만들어 뿌리며 유혹하던 것도 어제 일 같은데 호주에 온지 벌써 9개월 쯤 됐다니 놀라울 뿐이다.


  그래도 그간 나름대로 즐거운 일도 많았고 지금은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학교 선배 언니 일행(언니, 언니 애인, 언니 남동생)과 지내고 있다. 넷이서 복작복작 지내면 유쾌하고 즐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언니 일행과 어울려지는게 쉽지가 않아서 나는 여기서 어쩐지 혼자 이 땅에 떨어졌을 때보다 더 외로운 것 같지만, 이것도 한국 가서 생각해보면 추억이다 생각하면 그럭저럭 견딜 만 하다.

  뭐 안 좋았던 일들도 있기야 있었지. 일복이 없는지 영어를 못 해서인지 여기서 일 진짜 못구하고 축 쳐져 지내는 것도 그렇고,   사귀자고 사귀자고 쫓아다니며 조르기에 여기서 만나게 된 남자친구(였던 애)는 한국 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렸는데 처음엔 어이도 없고 화도 났었는데. 아 그리고 여기서 맞은 내 생일에 난 땡볕에서 일 하고 생일 축하 노래도 못 듣고 그랬구나. 그러나 이마저도 생각해보니 아 그랬었네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점점 더 내 사람들, 내 편인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솔직히 한국은 아직 그립지 않은데 어차피 평생 살 나라 뭘 Home sick 씩이나 앓아야 하나 싶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당히 다르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친한 친구, 도 물론 있겠지만, 어쨌거나 기본적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요즘 관심사가 뭔지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 애인은 생겼는지 시시콜콜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시고 정신나간 애들처럼 몰려다니며 우리끼리만 즐거운 일들로 사람들 눈총도 사면서 어울리지 않으면 어쨌거나 조금의 틈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아마 내가 이 공간을 메우려면 돌아가서 애 좀 써야겠구나, 싶다.






  나는 또 여기 저기 삼천포로 빠지며 근황 얘기를 쓰고 있구나. 이런 걸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지만, 이런 횡설수설 하는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지금은 곁에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나는 내 욕구를 충족시켜야겠다.




  아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오늘 라디오 한 번 더 들으면 이제 한동안 성시장 목소리를 못 듣는다. 일주일 전에 처음 미니 실행시켰을 땐 신나서 혼자 달밤에 낄낄대며 좋아했었는데. 나도 참 큰일이다. 마음의 위안을 어째 술 한 잔 같이 마셔본 적 없는 남자 가수 목소리에서 찾는 건가. 하긴, 이 사람 목소리는 그럴 법도 하지. 군대 가기 전에 했던 콘서트도 혼자 다녀온 녀자가 이제 와서 이런 상황을 걱정해봤자...




아아아아아...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이네. 돈을 벌어서 가도 모자랄 판에 당장 먹고 살기도 참 힘들다. 



















 

블로그 이미지

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