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준비랄 것도 없다. 대책없이 그냥 떠날 뿐이니까) 시시때때로 어떤 일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어떤 일이란,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던 것, 누군가에게 고백했던 것, 누군가에게 만나지 말자고 했다가 만나달라고 사정했던 것, 그리고 그 이후로 한 두번 만났던 것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니까 결국은, 내가 누군가를 마음에 품어서 벌어진 일이다.


  절대 말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지인 중 한 명에게 기어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마음이 편해질 리 없었지만, 그러고 싶었다. 나는 1년이 훌쩍 넘은 그 일에 대해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고 종종 울곤 한다. 내가 나를 컨트롤 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일이다. 부모님과 싸우다가도 이 일이 생각난다. 화장실에 앉아서 양치를 하다가도 울컥하고, 버스에 올라타 카드를 찍다가도 힘들어진다. 아주 많이, 누군가를 좋아했었던, 좋아하는 일은 이토록 힘이 드는 거로구나, 한다.




  아무도 내게 이 일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가 다 이 일에 대해 물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상반된 감정을 모두 안고, 곧 호주로 떠난다. 영어도 한 마디 못 하고 숫기도 없지만, 어쨌든 호주에는 적어도 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같은 땅에 살지 않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얼마나 이 감정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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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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