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데려다 준 일이 없는 것 같아서 그 애 집 앞까지 가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이 아주 아주 멀고 멀고 또 멀었다. 

  후배 집 앞에서 걸음을 돌려 돌아오는데, 분명히 이렇게 가면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던 루트가 막상 걸어보니 멀고 멀었다. 어쩌다보니 홍대 주차장 길을 걷고 있었다. 자주 가던 공간과 커피잔 속 에테르가 보였다. 어떻게 걸으면 합정역에서 거기를 지날 수 있을까. 걷는 곳들이 집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었는데,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을 걷고 싶기나 했던 것처럼, 말도 안 되는 공간들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때마다 어이없어 웃음이 날 정도였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걸어서 돌아오는 길들은, 평소 좋아해던 장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자주 가던 술집이나 카페가 보였고, 많이 지나치던 꽃가게와 옷집을 지나쳐야 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걷다보니 그 곳들을 지나가고 있었다. 정말이지 그렇게 돌아가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합정역에서 홍대 주차장 길을 지나 서교동 골목을 거쳐 집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당연히, 집에 도착한 시간은 어이없을 정도로 오래 걸렸다. 

   술을 작작 마셔야겠어, 라고 생각했다. 취했으니까 그렇게 걸은 거겠지. 마더 가든은 다행히 지나쳤다. 간판을 보지 못 해 다행이다. 그 길들을 걸으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했지만 막상 눈물은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걸으며 울었으면, 새벽부터 미친년 취급을 받을 뻔했어.







  내일 아침 서울을 떠난다. 좋아해던 길을 다시는 걸을 수 없다. 그 곳들에 서려 있는 추억들을 곱씹을 일도 없겠지. 

  다행일까. 예정된 일들이 진행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떠나지만, 여기는 언제나처럼 그대로다.





  안녕. 사랑했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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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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