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사람들을 밖에서 만나는 일을 자제해야겠다. 그래봤자, 길어야 고작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겠지만. 


  온힘을 다해서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3시간 동안 겨우 7박스의 짐을 꾸렸다. 찬장에 있던 그릇들과 냄비들 거의 전부와 겨울 코트, 책상 속 물건들이 전부였는데도 이만큼 정리하는 시간이 사력을 다해 3시간 걸렸다는 말이다. 옷들과 신발들과 작은 가전제품과 책상 위 잡다한 물건들과 커튼과 가방들과 욕실 안의 온갖 것들과 양념통들과 냉장고 속엣것들은 아직이다. 아 물론, 책장 속 책들도.


  어찌어찌 이것들을 다 정리해서 고맙게도 동생이 침대와 책장, 책걸상과 함께 짐을 모두 차에 실어준다고 해도 대전집에 가면 다시 짐을 풀어야 한다. 짐을 싸면서 뭐가 들어있다, 라고 대충 적어놓기는 했으나, 상상만으로도 아주 끔찍하다. 이래서 다들 포장 이사를 하는 거구나(끄덕).


  그러나 나는 나를 너무나 잘 안다. 죽을 것 같이 힘이 들어도 내 손으로 정리를 안 하면 분명 후회한다에 한 표. 그러니 곧 죽어도 전부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절망.


  누가 박스 7개랑 책 묶을 끈이랑 테이프 하나만 가져다 주면 좀 나을 것 같기도 한데. 과연 누가-_-?


  아무려나 몸을 힘들게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잤더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잠이 쏟아지는데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삿짐 싸는 일보다 힘든 일이 없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맙, 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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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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