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다. 방 안 가득 빛이 스며든다.

 

  나를 설계한 사람은 창 없는 고시원 생활을 해본 것이 분명하다. 원룸의 한 쪽 벽면 절반을 창으로 만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큰 사이즈 덕에 세입자가 대단한 골초라거나 요리에 미숙해 매번 냄비를 태웠을 때에도 내게는 불쾌한 냄새가 배어 곤란해 본 역사가 없다. 아침마다 방 안 가득 빛이 들고 장마철의 축축한 공기도 한껏 느낄 수 있다. 방범창 같은 건 없지만 그 따위 물건은 이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 오피스텔은 다른 건물과 마주하고 있지 않아 창을 열면 바로 탁 트인 하늘이다. 하늘을 두고 장애물을 설치해 놓았다면 맹세컨대, 절대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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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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