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가시돋힌 언어 2009. 5. 5. 23:51



  레볼루셔너리 로드, 를 보고서 케이트 윈슬렛에 대해 엄청난 호감을 받게 된 이후로 이 영화를 보고 말겠다 다짐만 수십 번, 드디어 보고 말았다. 역시, 멋진 언니네. 


  극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한나 슈미츠가 나왔던 부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마이클의 법대 친구가 교수에게 흥분에서 말하는 부분이었다. 


법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교수님은 법조인처럼 사고하라고 하지만 법이란 게 역겹다. 피해자는 독일인이 아니라 유태인이다. 이번 사건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다 핑계다. 그 수용소에 대한 책이 나왔으니까 여자들 몇 명 골라서 법정에 세우고 그 여자들만 유죄인가? 다들 남들이 아는 것만 신경쓰고 있지만 진실은 모두가 안다. 부모나 교사들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알면서 다들 내버려 둔 거다. 잘못이란 건 알았으면 그 때 가서 직접 죽였어야지. 수 천개의 수용소가 있었다. 나는 지금 총을 가지고 가서 그 여자(한나 슈미츠)를 직접 죽이고 싶다. 거기 있던 모두를 죽이고 싶다.

  이 영화가 크게 두 가지의 논란에 휘말릴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나가 문맹이었다고 그녀를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나 말대로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어쩐지 한 인간으로서의 한나가 안타깝기도 하다. 누구 편을 꼭 들어야 한다면, 그게 그녀는 아닐 거라는 사실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마이클의 고뇌를 혼낼 수가 없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케이트 윈슬렛이 한나로서 말했다.


  "판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어요?"


  난 대답할 수가 없다. 내가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항상 정의롭고 옳은 쪽으로 발을 내딛을 거란 확신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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