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판단에 상처받고 나서, 본인 생각과 다른 년이여서 실망했다고 제발, 나에게, 화 좀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여러 차례 이야기해 온 것이지만, 나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잘못된 일을 하면 잘못했다고 말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물론, 잘못된 짓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놓지 않는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더 까놓고 얘기하자면, 이건 순수하게 물물교환과 같다.


  잘 살고 부자인 A와 나는 친구다. A는 종종 (그런 부분에 무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내 사정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래서 솔직히 재수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에게는 곱게 자란 아이다운 해맑고 순수한 면이 있다. 그 부분이 때때로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친구들과 서로를 이해하는 건 좋지만 너무 같아서 화가 날 때가 있는 것처럼 모든 관계에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벌어졌던 문제는 아니지만 위의 이야기는 진짜 내 관계 중 한 부분이다.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관계다.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문제는, 오늘 벌어졌던 대화에서 불거졌다.


  개인적인 건 다 집어치우고, '그러려면 애초에 받아주지를 말았어야지'라는 대사에서 씨발, 욕이 튀어나왔다. 처음부터 받아준 적이 없는데, 그저 당시에 저쪽에서 나를 따뜻하고 좋은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인 거다. 좋게 얘기할 필요도 없이, 말 돌리지 말고 욕해도 된다고 말해준다면,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이런 개 같은 새끼야, 그 때는 네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 문제는 네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병신 같이 굴지 말고 네 잘못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들은 네가 알아서 감당해. 그걸 나보고 어떻게 해달라는 거야, 이 양심도 없는 쉐끼 같으니!"


  이젠 네가 내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발언과 함께 떠나든,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을 왜 계속 만나게 되는 건지도 모른 상태로 관계를 지속하든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다. 네가 내 곁을 떠나거나 남기로 결정해서 내게 벌어지는 일련의 문제들은 또 내가 감당할 몫이다. 나는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정립한 관계의 공식을 깨고 너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이가 더 먹고 더욱 더 관대해져서 오냐 오냐 내 새끼 어야 둥둥 내 사랑 노래 부를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살아갈 거니까.


  관계라는 것이, 지지고 볶고 하면서 같이 변화하고, 큰 의미에서는 진화했으면 좋겠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도,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물론 그렇게 되기로 결심했다면 말릴 생각도 없다). 이 얼마나 치사한 일인가. 나는 바뀌면서 너는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것. 나도 바뀌지 않았으니 너도 바뀌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 더럽게 치사한 짓이다.


  나는 오늘, 너와 앞으로 5년을, 10년을 더 만나게 된다면, 이런 얘기를 또 몇 번이나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내 말을 이해했다면 알아들었을 것이다. 수년 뒤에도 네가 그 자리에 있고 나에게도 전 같이 굴어달라고 떼를 쓴다면 난 널 다신 안보겠다는 뜻임을.


  난 정말이지 완벽하게 변치 않는 우정이나 사랑 따위를 믿을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고,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고,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바뀌어나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물론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라면 더없이 좋을 일)?


  네가 선택해야 할 것을, 네가 감당해야 할 것들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거나 받아달라고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그런 걸 바란다면 그냥 나라는 관계를 놔버려도 괜찮다(실제적인 내 감정 상태가 괜찮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역시 내가 알아서 감수하겠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당연히 좋겠지.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봐라, 선택이 바뀌나. 세상이 변하지 않고 굴러갈 수 있는 건, 되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를 살 때는 현재로서 살아야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지!







  그러니까, 아 짜증나. 어쩌라고!!!!!!!

  라는 심정이었다가, 할 얘기 다 하고 나니까 속 편해졌다. 지금은 서로가 참아줄 만 하니까 참는 거겠지. 아니다 싶으면 울면서 갈라설 수밖에. 



(덧붙임)

  후회는 후회하라고 있는 단어지 후회를 조심하라고 있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입은 말조심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허튼 말도 해보고 아차 하라고 있는 것 같고. 일분이라도 내 입을 좀 닥쳤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 더 많이 삶을, 관계를 알고 더 많이 후회해서 말년에 내 인생 때때로 이렇게 처참하고 우스웠네라고 회상하기 위해서라는 믿음도 생겼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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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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