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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여기에서 혼자 있는 시간들이 익숙해지고, 낯선 사람의 전화에 사근사근하게 구는 것이 습관이 되고, 먹어본 것 중에서 가장 맛없는 빵을 만드는 옆 베이커리의 파이를 자꾸만 간식으로 사먹게 되는 것이,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며 소주를 받아먹는 일조차 조금씩 일상이 되어 간다. 심지어 즐거울 때도 있다.

  불안하다. 이대로 안착하게 되면 어쩌지, 에 대한 불안일까? 아니면, 결국 여기서 뛰쳐나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불안?


  책을 전혀 읽지 않고 공부에 대해 아주 무관심해졌으며 또, 살이 찐다. 정신이 게으르던 날들과 몸이 게으른 날은 확실히 다르다. 몸이 게을러지면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 같은 못된 년들도 착하고 둥글둥글한 애가 되어 나태하다는 것이 행복인 줄로 착각하게 만들 것이다. 분명 그럴 거야.

 
  음악을 들으면서 아침 운동을 하고, 근무 시간 짬짬히 드라마가 아니라 책을 읽고, 맛없는 음식에는 전처럼 손도 안 대고, 맘에 안 드는 손님에게는 성질을 부리면서, 연하의 데이트 상대를 마구 부리는 것, 못돼져야 하는 걸까?


  아냐, 그건 분명히 아닌데, 어쨌든 변화가 필요하다. 나를 낯선 세계로 다시 이끌어줄, 새로운, 계기.

  눈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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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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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곧 사업 준비까지 하게 생겼다. 내 일생에 반드시 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장사치가 되는 것이요, 가장 만나기 싫은 남편감도 장사치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걸까.

  사람이 돈맛을 보면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뻔한데 나는 어느새 아버지 수완에 말려들어가 사업 구상 따위나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잘 하고 있는 짓일까. 이렇게 영영 공부나 책 같은 것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나저나 부모님이 한꺼번에 가게를 비우고 들어오지 않는 가운데 손님 여럿이 이곳을 다녀가고 내게 자꾸 무엇인가를 물었다. 아는 것이 있어야 대답을 해줄 텐데 난감한 일이었다. 전화도 자꾸 와서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가 계속 주저앉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들은 왠지 모르게 적의에 가득 차 있었다. 전화를 받으면 당연히 직원이라고 생각하는지 어쩌는지 재고 파악도 못 한다고 나를 비웃는 여자도 있었고 아무튼 이런 시발, 이라고 쌍욕이 나오는걸 간신히 참았다. 여기는, 그러니까, 아버지의 가게인 것이었던 것이었기에. =_=

  내가 그나마 요즘 미친듯이 참을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아이리버 B20을 사주었기 때문이다. 그 놈이 빨리 도착을 해야 내가 좀 더 기분이 좋을 것인데. 쯧쯧. 아참, 좋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헤드폰도 질렀다. 젠하이저 PX-200인데 생각보다 더 좋았다. 나를 가장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돈의 힘 뿐이다. 결국 사업에 뛰어들게 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든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오시기 전까지 손님 한 분도 오시지 않기를. 그리고 전화도.(아놔, 이거 부모님 장사 말아먹을 딸이로구나. 이래도 되는 거니?)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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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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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씨, 당신 소설 제목 완전 맞습니다, 맞고요-



김종국씨, 직원들에게 네 일 미루지 좀 마세요. 거래처랑 쇼부보는 건 네가 해야지 왜 직원을 시켜요. 그럴거면 회사 지분을 주든가, 동업을 하세요.



샹샤라샹샹샹샹샹샹 샹-놈시키!! -_-
흥!!!!!!!!!!!!!!!!!!!!!!!!!!!!!!!!!!!!!!!!!!!!!!!!!!!!!!!!!!!!!!!!!
돈을 봇따리로 줘도 너랑은 더이상 일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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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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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포함 이틀 후면 나는 이 회사랑 바이바이.



민재씨에게는 무려 손잡이가 없는 배박스를 주었다는 사실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저 심부름 시켜놓고 교정 잘 못 본걸 흉보면서 절 씹어댔다는 걸 듣고 울컥 했습니다. 추석에는 7.5킬로 배박스보다 돈봉투가 더 좋고요, 제 실수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앞에서 말하는 거예요, 실장님. 똑바로 사세요, 좀!



어제 잭다니엘을 셋이서 조낸 마셨드니 속이 부글부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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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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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이 이틀 남았다. 어제는 무려 새벽 2시까지 일을 했는데 안 보내줄 것 같아서 계속 칭얼댔더니 보내줬다. "고은씨는 집 가까우니 걸어다녀도 돼서 좋겠어."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어제 내게는 우산이 없었고 택시비도 아슬아슬했다. 이 개새끼는 직원에게 일을 시켰으면 택시비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집이 가까워도 새벽에 여자애를 걸어가라고 하는 건 또 무엇이며 우산이 없다는데 그냥 웃고 마는 것은 또 어쩌라는 심산인가.

  한 달 동안 쉰 날이 딱 이틀인데 그것도 원래 쉬는 주말에 쉬게 해준 거고, 계속 바빴으니 추석 하루 앞당겨 쉬자고 한 것도 지가 먼저 그래놓고 마치 대단한 일 해주는 것처럼 생색을 낸다. 추석이라고 선물을 주나 떡값을 주나 월급을 당겨 주나 야근, 특근 수당도 없고 택시비에도 안주면서 화는 버럭버럭 낸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이쪽으로 출근해 일을 하는 거래처 직원과는 허허허 웃으면서 일만 잘 하더니 그 사람 가자마자 안면 바뀌고 우릴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다.

  디자이너 민재씨는 집이 부산인데 오늘 7시 표를 끊었다고 했다. 어제 밤을 샜으니까 빨리 가서 짐을 싸고 그래야 한다고 일찍 보내달라고 얘기를 했더니 결국 4시 가까이까지 사람을 붙잡아뒀다. 일을 제대로 못 하는 이유가 일에 집중 못 하게 자기 일을 끝도 없이 우리에게 미루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자기 일부터 다 떠넘길 것은 떠넘겨 완성을 시켜야 하고, 그런 다음에는 우리가 못해 놓은 것에 대해서 성과가 없다고 화를 낸다. 과정이 이랬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면 그건 됐다,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한다.

  아무리 내가 예의 있게 굴고 싶어도 이런 사람과는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자기 잘못 인정 못 하고 화만 내는 무능력하고 짠돌이에 저밖에 모르는 족속은 가슴을 손을 얹고 말하건데 한 2년쯤 가둬놓고 직업교육 시켜야한다.

  돌아가고 싶다. 여기 있으면 실장 얼굴 보고 먹는 밥마다 자꾸 토하고 죽이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정말 잘못 걸리면 몇대 때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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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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