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지나가야, 서울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예상외로 시간이 빨리간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무수한 날들이 또 남아 있다.


   인터넷으로 지도를 뒤져서 축제가 열리는 지역을 선으로 연결하는 짓 따위를 반복, 또 반복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제들, 락페스티벌, 꽃축제, 농산물 축제, 연극제, 이런 곳을 돌아다니는 상상을 하면 잠시 잠깐이지만 즐거운 삶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잠깐의 행복일 뿐이다.


  되돌아왔을 때의 그 막막함, 축제가 끝나고, 다시 내 한계를 확인하는 작업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늘 그랬다. 그런 식으로 지치면 다시 축제 따위를 찾아다니고 다시 돌아와 그 힘으로 버티다 다시 좌절하고, 반복의 반복의 반복의 반복.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지점에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것인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했던 모든 꼭지점들이 사실 무한대의 공간의, 한 면의, 한 선의, 일부분일 뿐이었음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유행 지난 옷을 걸치고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닐 때처럼 주눅이 든다.

 
  내 삶을 꾸려나가면서도, 나 스스로를 '쪽팔려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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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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