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들과 노래들과 티비 오락 프로그램과 술자리와 쇼핑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비뚤어져보이고 어쩐지 잘못되었다라는 느낌에 시달리며 밤에는 악몽을 꾸거나 혹은 진탕 마신 술기운에 취해서 쓰러지고는 했다.
종종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을 만나는 것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나이든 아버지와 별 볼 일 없는 나를 번갈아가며 떠올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고 새로운 직장을 얻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은 실행하고 싶지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었고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말도 죄다 글 쓰고 싶다는 말 뿐이었으면서도 과연 내 마음이 그러한가를 확인한 적이 없다. 확인이란 두려운 일이다. 확인 이후에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결론에 도달하면 나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나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상태가 계속 이 모양인 거지? 머리가 아프다.
이 시간에 내 집이 아닌 곳에 있다는 건 좀 웃기는 일일까?
목요일에 집에 내려간다. 집에서 호출이 왔기 때문에. 다음주 화, 수, 목요일에는 부산에 간다. 부산국제영화제 참가작을 몇 편 볼 예정이다.
어디든 떠나지 않으면 돌아버릴거야.
이렇게 살기 싫어.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