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만든 무엇인가에 대한, 또 누군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골병난 몸을 이끌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어 결국에는 '1. 아, 됐고 이렇게 만든 게 누구야, 싸우자, 와 2. 그래도 어떻게든 죽을 때까지 버티고 산다, 아니면 3. 내가 죽어야 이 꼴을 더 이상 안 본다' 정도로 보기가 요약되는 듯하다.  

 

  1번을 지나 2번에 접어든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3번까지는 안 가도록 스스로를 잘 다스릴 필요가 있는데... 그래서일까? 가끔은 타인의 슬픔을 모른척하고 내 아픔에만 몰두하고는 한다. 세상에는 불합리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버릴 때도 많다. 그렇다. 병든 사회의 병든자로 산다는 것은 점점 더 '모른척'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은 내 '모른척'에 대해 양심의 가책 정도는 느끼고 있지만, 이 마저도 지나간다면 '세상은 원래 그런건데 어린 니들은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라고 말하는 꼰대로 늙게 되겠지.

 

 

  그런데 정말 2번과 3번 보기 사이에 다른 미지의 보기는 없는 걸까? 그걸 찾아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살아가는 동안 아주 짧은 순간 동안이었다고 해도,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는 확신을 가진 채 죽을 수 있으려면.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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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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