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불안과 중증의 것 2015. 9. 21. 22:45
고마운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참아보자

어떻게 생각하면 좋은 말이다. 세상에는 고마움도 미안함도 모르는 놈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살면서 고마워 미안해란 말은 수도 없이 들은(하기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 동안 수고했으니 이제 편해져도 된다는 말을 해 준 이는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죽기 전이라면 모를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몸이 지쳤을 때에는 그래도 꾸역꾸역 열심히 버티자는 주문에 걸려들 수 있었는데 마음까지 함께 지치고 나니 그 무엇도 달갑지가 않다.

꿈도 없고 성취감도 없이 시간을 축내는, 그러나 게으름은 허락받지 못 한 돼지가 되었다. 백수였을 때보다 나아진 게 뭘까. 내 월급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된 거?

지금처럼 멍 하게 노트북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생각을 하고 실천을 해서 더 이상 안 아프고 싶다. 계속 이런 식이면 나도 묵주 같은 식칼을 들고 설치게 될 것 같다.

나는 지금 너무 아프다. 이 병에 대한 치료약이 있다면, 인생이 좀 더 충만해진다면, 그리하여 지금보다 조금만 덜 빈번하게 통증이 와준다면, 누구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대신 내가 나에게 이젠 편해지자라고 말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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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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