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둘과 점심을 먹고 대청호로 드라이브를 다녀와서 동물원 야간개장을 노리고 이동했으나 평일 개장은 안 한다는 말에 좌절, 모듬전과 동동주를 먹으러 이동, 그리고 노래방. 


  즐겁고 신나기는 했는데, 안타깝게도 동창들은 술을 잘 못 마신다. 동동주도 내가 반 이상 먹고, 청하까지 시켜서 물론 내가 거의 다 마셨다.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최신곡을 미친듯이 불렀다. 그러나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신곡은 섭렵하기 어려웠으므로, '형님은 취향이 너무 달라' 라는 말에 좌절만 했다. 인디 쪽은 10cm 노래 뿐이었는데! 서인영 노래를 불렀는데도 내 취향은 인정받지 못 해 무척 슬펐다. 


  택시를 타고 도마동까지 와서 좀 걸었는데, 술은 부족하고, 정신은 말짱하고, 이럴 때 생각나는 술 친구는 죄다 서울에 있고(그래봐야 몇 될까 보냐) 맥주 두 캔을 사서 집에 가기 전에 위치한 초등학교 벤치를 노렸으나 술 취한 아저씨들의 간섭으로 좌절, 집으로 곧 들어가야 했다.


  음주 후 대리를 부르고 잠깐 운전하다 면허 취소가 되어 버린 동생은 나와 맥주를 마셔주지 않았고(마실래, 라고 물었던 내가 미안할 정도), 혼자 맥주를 들이붓고 샤워를 하니 온 가족이 잠들었다. 2층에 올라가 티비 끄고 불 끄고 돌아오니, 그야말로 지금 이 순간, 한적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


  허락 없이 아빠가 중국 가서 사온 술을 따서 얼음을 탔는데, 맙소사! 상한 푸딩 냄새가 난다. 상한 푸딩 냄새와 맛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이 묘한 술을, 첫 개시 했으니 안 마실 수 없어 일단 먹긴 먹는데 맛도 없는 주제에 독하기까지 하다. 아, 슬프다. 이럴 때 소주 한 잔 같이 마셔 줄 친구가 없다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걸어오면서 새님과 통화를 했는데 그 애는 내 심정을 너무나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새는 지금 원주에 있고 8월에 오겠다고 했으나 지금 당장 외로운 것은 누가 달래주려나. 허허허.








  펜타포트 다녀온 것도 꿈만 같고, 술은 안 취하고, 현실은 늘 그렇듯 시궁창이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술은 썪은 푸딩 맛이 난다. 어쩐지, 이것이 내 삶인 것 같다. 썪은 푸딩 맛이 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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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s G.

다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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